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다음달 하순에 열릴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한 비전을 채택할 것이라고 한다. 한·중 관계가 현재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물론 양국 정상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공조 방안도 깊숙이 논의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대중 특사 성과가 별게 없었던 북한을 크게 압박할 게 분명하다.

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자세는 확실히 달라졌다. 북한과 거리를 두려는 의지가 역력하다. 시진핑 주석은 얼마 전 김정은 특사로 방문한 최용해와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정은 방중에 대해서도 확답을 주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과 최용해가 악수하는 사진도 극히 상징적이다. 군복을 벗고 인민복으로 바꿔 입은 최용해의 모습이나, 약간은 귀찮은 듯 보이는 시진핑 주석의 어색한 표정에 북한은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심지어 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은 최근 방문한 우리 국회의원들에게 “중국과 북한 관계는 혈맹이 아니라 일반적인 국가 관계”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중국 지도부 일각에서는 북한 유고시 중국의 자동개입 조항은 이제 사문화됐다는 말까지 나오는 정도다.

우리는 이런 중국의 변화를 환영한다. 중국이 국제정책에서 보편성 원칙을 견지한다면 우리가 한 단계 높은 차원의 협력을 못할 게 없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물론 통일 이후의 아시아 신질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달라져야 한다. 대중 특사가 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핵과 경제개방의 병진을 주장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악담질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공격하고 있는 북한이다. 6월엔 한·중 정상회담 전에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고, 반민반관 성격의 한·미·중 3자 전략대화 등 중요한 회의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마침 북한은 초조한 기색을 보이는 때다.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절호의 기회다. 중국이 북한을 버려야 북한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