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FTA 체결국 등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왔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전면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 17일 텍사스주에 있는 프리포트 LNG 터미널을 해외 수출용 터미널로 승인했다. 프리포트 측은 이미 일본 및 영국 기업과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따라서 프리포트에 대한 수출 승인은 미국이 일본 EU 등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천연가스를 본격 수출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그동안 에너지원의 해외반출을 안보차원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해왔다. 이 오랜 자원금수(禁輸) 정책이 전면 개편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근본적인 이유는 셰일가스 혁명으로 천연가스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천연가스 수출국이 된다는 것은 20세기 지구촌 정치를 규정했던 에너지 정치학 구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셰일가스 붐으로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2008년에 비해 이미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은 값싼 천연가스 공급을 통해 국제사회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화물업 운송업 등 연관산업 부양과 고용증대, 재정수지 개선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미 미국으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겠다고 줄 선 나라만도 일본 인도를 비롯, 15개국이 넘는다. 미국 내에는 LNG 수출 승인을 신청해 놓은 곳만도 26개에 달한다. 미국은 나머지도 연말까지 승인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어서 미국의 LNG 수출은 수년 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이 2017년부터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1위 석유생산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초 미국산 LNG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부터 20년간 연 350만t을 들여오는 내용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덕에 가능했던 계약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메리트도 사라질 위기다. 미국이 비FTA 국가에도 천연가스를 수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일대 혁명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에너지 헤게모니가 중동에서 미국으로 급격히 이동할 가능성도 크다. 에너지 가격 체계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