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회의장의 '새치기'
서울 여의하류IC 교차로에서 여의서로로 넘어가는 진입로는 매일 아침 출근 시간마다 차량이 줄을 지어 늘어선다. 간선도로를 달리던 차들이 국회로 들어오려면, 이 길에서 반드시 유(U)턴을 해야 한다. 2차로 중 유턴은 1차로, 2차로는 직진이라고 바닥에 적혀 있다. 1차로에 긴 줄을 이루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13일 오전 8시50분께 그 긴 차량의 줄을 제치고 검은색 에쿠스 3대가 2차로를 달리다 갑자기 유턴을 했다. 1차로의 차량과 2차로의 차량이 동시에 돌면 충돌 위험이 있다. 에쿠스 3대는 그렇게 ‘새치기’를 하고는 국회 안으로 사라졌다.

3대의 차량 중 가운데 차량은 강창희 국회의장의 관용차였다. 번호판이 증명한다. 앞뒤의 에쿠스는 경호원들 차다. 이 새치기는 뒤에 있던 일반시민의 차량들을 사고 위험에 노출시켰다. ‘줄을 서면 갈 수 있다’는 보편적이고 단순한 원칙도 흔들리게 했다.

[취재수첩] 국회의장의 '새치기'
이 길을 출근길로 이용하는 기자는 이날만 그런 새치기 장면을 본 게 아니다. 족히 서너 번은 같은 장면을 보았다. 출근 시간에 우연히 본 것만 그렇다. 사실 확인을 위해 통화를 한 국회의장 경호팀도 “한두 번이 아닌 건 맞다”고 시인했다.

국회의장은 우리나라 의전 서열 2위다. 대통령 다음이다. 그래서 차량 이동에도 교통통제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강 의장은 그런 걸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의장 대변인과 경호팀 관계자는 “강 의장이 특별한 행사가 아니면 그런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했다. 그 결과가 ‘새치기’다.

확인 결과 이날 아침 강 의장 일정에는 특별한 행사가 없었다. 오전 9시에 매주 월요일 열리는 비서실 회의가 있었을 뿐이었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통상업무였다”고 했다.

의장실 측은 “이런 건 잘못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의장님은 모르는 일로 경호팀이 제 시간에 맞추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앞으로 주의하고 차례를 지키겠다”고 했다. 법과 규칙을 세우는 국회의장이 먼저 사회의 규칙을 지켜야 하는 게 상식이 아닌가 싶다.

김재후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