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회계 감사를 맡았던 공인회계사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되자 회계법인 업계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분식회계 등의 부실 감사를 회계사가 알 수 있었음에도 모른 척했다는 ‘미필적 고의’를 적용해 형사 처벌을 내리면 앞으로 외부감사(회계법인 등이 특정 기업의 회계가 적정한지 따져보는 것)를 수행하는 데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 분식회계를 묵인했다는 혐의(주식회사 외부감사법 위반)로 회계사가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2001년 대우통신 이후 두 건에 불과하다. 부실 감사에 대한 회계법인의 책임을 규명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특정 기업이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더라도 회계법인과 회계사가 이를 묵인한 정황을 찾아내지 못하면 처벌이 어렵다. 이는 회계 감사 업무의 특성상 제공받는 자료가 한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

S회계법인 감사파트의 한 회계사는 “회계사가 회계 감사를 할 때 기업에서 제공받는 자료는 재무제표 등 수치 자료로 한정돼 있다”며 “검찰처럼 회계사가 모든 자료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기업이 작정하고 분식을 저지르면 적발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회계법인의 수익성 악화도 적정 감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감사 부문은 낮은 수수료 등으로 수익을 남기기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빅4’ 회계법인의 2011년 매출(2012년 발표)은 대부분 감소했다. 삼일회계법인은 458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4억원 줄었고 삼정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도 각각 70억원, 55억원 감소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법인 간 경쟁이 치열해져 기업들은 회계법인의 감시 대상이자 고객인 상황이 됐다”며 “기업들은 싼값에 회계법인을 고용하고, 회계법인은 감사 계약 유지를 위해 의견거절을 쉽게 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일부 회계법인에서는 감사파트의 회계사가 다른 업무를 하는 일도 많다. A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를 수행하는 회계사가 해당 회사 재무제표 작성을 돕는 등 비감사 업무에 투입되는 시간이 많은 편이고 이는 부실 감사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