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비주'만 붙으면 오르는 시대 끝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중국 소비 관련주들의 주가가 최근 들어 주춤해졌다. 이들 종목 중 상당수가 추정치를 밑도는 올 1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고평가 종목 골라내기’를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락앤락 ‘어닝쇼크’…하한가 추락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체 매출의 56%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용기업체 락앤락 주가는 이달 들어 16.10% 하락했다. 락앤락이 지난 9일 발표한 올 1분기 실적 공시에 따르면 매출은 8%, 영업이익은 23%, 순이익은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공시 다음날(10일) 락앤락 주가는 14.97% 곤두박질쳤다. 중국 소비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 기대로 올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22.03% 올랐지만 실적이 기대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주가가 추락했다는 분석이다. 송동헌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누리고 있던 중국 수혜 종목들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2만원대에 거래되다가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 기대로 지난해 말까지 183% 급등했던 에이블씨엔씨 역시 이달 들어 주가가 18.63% 하락했다. 지난 7일 공시한 에이블씨엔씨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6%, 순이익은 32% 감소했다.

중국의 대표 식음료 수혜주인 오리온과 빙그레도 올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리온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86%, 빙그레는 7.69%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운목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오리온과 빙그레는 중국 소비 수혜주라는 이유로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 올 1분기 중국 내수시장의 부진에 따라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유통채널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어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높다”고 분석했다.

◆특화된 소비시장 노리는 기업에 주목

중국 소비 관련주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이유는 올 1분기 중국 소비시장이 예상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소비시장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는 올 1분기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2.5%에 그쳐 지난해 1분기 증가율인 14.8%보다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중국 소매시장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정부 소비가 급감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김경환 현대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가 비용 절감을 추구하면서 소매시장에 들이는 비용을 예년보다 줄였다”며 “이에 따라 중국의 백화점, 마트 등 유통업계 전반에서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중국 소비시장이 단기간에 급성장하긴 쉽지 않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할 것을 권고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단기적 효과를 기대하고 투자한 투자자들 때문에 주가가 빠르게 올랐다가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바로 조정 국면에 접어든 측면이 있는데, 중국 수혜주에 대한 투자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 투자를 노릴 경우 중국에서 특화된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 연구원은 “오리온이나 오스템임플란트, 빙그레와 같이 중국 시장에서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들조차 소비시장이 불안정한 올해는 실적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일반적인 소비주보다는 홈쇼핑주나 온라인 쇼핑주, 특화된 의류주처럼 중국에서 흔치 않은 시장을 공략하는 종목을 노리는 것이 단기 투자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