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취임 77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초에 사과하는 징크스가 되풀이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3월30일 새 정부 장·차관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사태에 대해 대변인을 통해 대독 사과를 하고, 46일 만인 4월12일 야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에서 인사 파동에 대해 사과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직접 공식 회의석상에서 육성을 통해 공개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취임 초 사과 징크스’ ‘3개월째 징크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3개월 만인 2008년 5월22일 첫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첫 대국민 사과도 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미국 방문이 발단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 한·미 정상회담 기간 중 소고기 수입 협상을 타결했는데, 이를 계기로 광우병 파동이 확산되면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이 전 대통령은 결국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가 국민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첫 대국민 사과도 임기 첫해 5월에 이뤄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과 친척들의 재산 문제와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자 2003년 5월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유와 과정을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선 깊은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측근인 안희정 씨의 나라종금 로비 의혹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비자금 수수, 바다이야기 관련 의혹 등이 그 이유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2년차인 1999년 6월 ‘옷 로비’ 사건 관련 대국민 사과를 했다. 취임 1년3개월 만의 사과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인 1993년 12월 “대통령직을 걸고 쌀 시장 개방을 막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