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펀드가 국내 증시에서 일부 경기 민감주를 사들이고 있다. 태양광 업체 OCI, 관이음쇠 업체 태광, 지방은행 지주사인 BS금융과 DGB금융 등이 타깃이다.

주가가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싼 가격에 사들이면 추후 경기반등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손실을 줄이기 위한 물타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팔기만 하는 외국인 □ 는 쇼핑

○더캐피털, OCI 26만여주 추가 매수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투자사인 더캐피털그룹은 OCI 주식 26만4832주를 장내에서 추가로 사들였다. 보유 주식은 152만2382주(지분율 6.38%)로 늘었다.

더캐피털그룹은 작년 말 OCI 주식을 5% 넘게 샀다고 신고한 뒤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OCI 이외에 현대모비스(5.33%) 하나금융지주(7.34%) 다음(11.95%) 등도 보유 중이다.

국내 기관 중에선 국민연금이 작년 10월 OCI 지분을 5% 미만으로 줄였다가 6개월 만인 지난달 5.02%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하며 다시 매수에 나섰다.

태양광발전의 소재로 쓰이는 폴리실리콘 제조가 주된 사업인 OCI는 지난 1분기 23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태양광발전 수요 둔화로 손익분기점 수준에도 못 미쳤던 탓이다. 폴리실리콘 사업이 올해 안에 흑자로 돌아서긴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잇단 부도로 경쟁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본격 반등하면 ‘고난의 시기’를 이겨낸 OCI 같은 회사들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 태광 11.41%로 확대

미국 자산운용사인 매사추세츠 파이낸셜은 코스닥의 태광 주식을 늘리는 중이다. 지난 8일 기준 285만1680주(11.41%)를 갖고 있다. 33만여주는 작년 9월 중순 이후 매집한 주식이다. 외국계 피델리티펀드 또한 이 회사 주식 122만6993주(5.05%)를 보유 중이다.

관이음쇠 등을 만드는 태광은 제품 주문을 받고도 생산설비가 부족해 작년까지 일부 단기제품 주문은 받지 못했다가 최근 신규 생산설비를 돌려 만회 중이다. 수익성 좋은 스테인리스 제품 비중이 작년 4분기 25%에서 올 1분기 27%로 올라오기도 했다.

정동익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산업인 발전, 해양플랜트, 가스개발 프로젝트의 관이음쇠 관련 발주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 진행될 것으로 보여 태광의 기업가치가 한 단계 올라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에버딘에셋매니지먼트는 국내 지방은행 주식을 사들이는 모습이다. 지난 8일 DGB금융지주 주식 138만4560주와 BS금융 주식 201만3237주를 추가로 샀다고 공시했다. 지분율은 DGB금융지주 14.71%, BS금융 13.38%로 각각 늘었다.

두 은행 지주사는 국내 대형 은행들이 모두 예상을 밑도는 1분기 실적을 거둔 것과는 달리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올렸다.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탄탄히 버텨준 덕분이다. 상당수 증권사들이 은행 업종 내 ‘최선호주’로 이 두 종목을 꼽고 있다.

이 밖에 슈로더인베스트먼트는 현대백화점 주식 25만1287주를 장내서 추가로 매수, 지분을 종전 5.08%에서 6.16%로 늘렸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