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별로 '의원외교' 명분 속속 출국
'민생 추경' 통과 직후여서 뒷맛 씁쓸


국회팀 = 4월 임시국회가 끝나면서 여야 의원들이 '의원외교'를 내세워 속속 해외로 향하고 있다.

대선 이후 새 정부의 인사청문회, 정부조직개편, 추경예산안 처리 등을 놓고 국회가 연이어 열리는 바람에 미뤄져온 해외출장이 5월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상임위별 소관 업무에 맞게 일정을 짜는 '해외출장'이지만 관행화된 '외유성 나들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없지 않다.

특히 올해는 전에 없이 이른 시기에 '민생'을 명분으로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한 직후여서 적잖은 나랏돈이 들어가는 의원들의 해외출장 행렬을 긍정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인 듯 의원들도 최대한 조용하게 움직이려는 분위기다.

의도적으로 출장 일정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몸조심'을 하는 상임위도 있고, 출장을 다녀온 뒤 보고서를 내는 '성과입증형'도 있다.

9일 각 상임위에 따르면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달 말 안홍준 위원장, 새누리당 정문헌 간사, 민주당 심재권 간사 등 3개 팀으로 나눠 중남미·북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다.

현지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개발지원 활동 현장과 재외공관을 방문하는 것이 주요 일정이다.

특히 안홍준 위원장 팀은 쿠바와 페루를 방문할 예정이다.

쿠바에서는 한·쿠바 영사 관계 설정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을 벌일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민주당 간사인 유기홍 의원을 단장으로 여야 2명씩 모두 5명이 이달말 4박6일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낭트, 이탈리아 베니스를 방문한다.

이들은 프랑스 현지 문화원이 주관하는 '한국의 봄' 행사와 베니스에서 열리는 '2013 국제미술전 비엔날레'에 참석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경우, 최규성 위원장과 새누리당 김재원 간사, 민주당 김영록 간사가 24일 7박9일 일정으로 덴마크, 네덜란드, 스위스를 찾는다.

이들 국가가 농업과 축산업 선진국이라는 점에서 현장시찰 위주로 동선을 짤 예정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위원장과 새누리당 유재중 간사, 민주당 이목희 간사도 오는 20일께 일주일 가량의 일정으로 스웨덴, 독일을 방문한다.

복지 전반과 국민연금 운영 실태를 파악하는 것을 출장의 주요 목적으로 내걸었다.

정무위원회는 여야 의원 4명 가량이 오는 26일부터 일주일 가량 국가보훈처 주관의 '국외사적지 탐방'을 위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법제사법위원회도 박영선 위원장을 포함해 새누리당 권선동 간사, 민주당 이춘석 간사 등 여야 3인씩 모두 6명이 오는 20일께 남북통일에 대비해 통일 후 헌법체계 연구 차원에서 동유럽 지역으로 출장을 떠난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이달말 해외출장 지역과 일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임시국회 내내 파행한 정보위원회는 애초 오는 11∼17일 이스라엘 출장을 검토했으나 취소 또는 연기로 방향을 틀었다.

'사이버테러방지법안' 상정 공방으로 여야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데다 오는 15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원내대표 경선 일정과 겹치기 때문이다.

국방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은 현재로서는 출장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의 해외출장은 그동안 공무보다는 외유성 일정으로 채워지는 사례가 상당수 있었고 그때마다 '혈세낭비'라는 따가운 비판을 받곤 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때문에 해외출장의 내용이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이지현 팀장은 "해외출장 자체는 낭비가 아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오랫 동안 국민의 불신이 컸다"며 "의정활동처럼 해외출장의 내용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해수위 최규성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해외출장을 통해 선진국의 사례를 경험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의정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의원외교는 정부 외교의 공식성과 민간 외교의 유연성이라는 장점을 겸비한다"며 "상대국 의회 및 정부 고위인사와의 인적 네트워크 확립이 주된 목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