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마트한 소비자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업계를 불문하고 비즈니스 환경을 크게 바꿔 놓았다. 특히 인구의 8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대한민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버튼 하나로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상품의 약점이나 가격을 숨기는 상술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하나의 상품을 즉시 경쟁 상품들과 비교할 수 있게 됐고, 쉽게 자신의 요구에 맞는 대안 상품을 찾을 수도 있게 됐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빠른 정보검색 능력은 마케팅·세일즈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상품을 소개하고 상담해주는 전문 마케터들의 역할은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것일까? 소비자가 빠르고 쉽게 상품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 권리 차원에서 분명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많은 상품을 동시에 비교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며,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많은 시간이 소비되는 굉장히 버거운 일이기도 하다.

특히 컴퓨터, 가전제품처럼 모델과 스펙이 일정한 상품이라면 인터넷 서핑으로 정보 수집이 가능하겠지만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의 금융상품들은 아직도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 인터넷 정보들은 개인적인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상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켜 현명한 구매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필자가 보험업에 종사하고 있다 보니 조금 딱딱할 수 있겠지만 보험상품을 일례로 들어보겠다. 어린아이를 둔 엄마들은 어린이보험에 관심이 많다. 엄마들은 우선 인터넷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어린이보험 상품을 비교해 보며 내 아이에게 필요한 보험이 무엇일까 고민하지만 결정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수많은 어린이보험 중 옥석을 가려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더 많은 상품이 생기고 더 많은 정보가 제공될수록 잘 훈련된 전문 마케터의 객관적인 한마디가 절실할 수 있다.

인터넷이라는 드넓은 바다에 막대한 양의 정보가 흐르고 있지만 우리 모두가 전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너무 많은 정보에 허우적대다 정작 불필요한 구매 결정을 내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인터넷을 통한 사전조사도 좋지만 진정 스마트한 소비자라면 부지런히, 꼼꼼하게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길 권한다. 전화 한 통화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다니엘 코스텔로 < AIA생명 대표 KR.CorpComm@ai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