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우려했던 일이다. 소위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찍어내는 국회 말이다. 어제 폐회한 4월 국회에서만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을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확대 적용하는 개정 하도급법을 비롯,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토록 한 개정 자본시장법, 정년 60세 연장법, 매출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개정 유해물질관리법 등이 쏟아져 나왔다. 프랜차이즈법 개정안 등은 불발됐다지만, 통과시기만 다소 지체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이제 시작일 뿐이다. 여야가 상반기에 처리하기로 합의한 경제민주화 법안이 무려 30여개나 대기 중이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한도를 축소하는 은행법 개정안,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증권사와 보험사까지로 확대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그룹 총수 사면권을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안, 주주총회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 근로시간 단축과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이 그렇다. 온통 기업과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해 예비검속하고 엄벌하고, 손발을 묶고, 사업 형태를 제멋대로 규정하고, 대주주 권리를 부정하는 반시장 반기업 법안들이다. 위헌에다 과잉처벌인 악법들이다. 시장경제와 기업활동의 자유를 공공연하게, 전방위적으로 탄압하는 유례 없는 인민주의적 통제가 펼쳐질 판이다.

이런 광풍에도 정부는 침묵이다. 대통령이 공약 운운하자 일부 장관들이 한두마디 거들었던 것이 전부다. 특히 경제팀을 이끄는 현오석 부총리는 아예 이 문제에는 침묵이다. 오로지 추경에 목을 걸어온 듯한 외양이다. 대통령 방미도 수행하지 않고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도 불참하면서 애써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왔을 뿐이다. 그러나 추경을 해본들 3%의 성장도 어렵다는 게 KDI의 경고다. 더구나 추경 자체는 여야가 이미 합의해 놓았던 것이다. 알고보면 지역사업 챙겨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추경은 더 급하다.

지금 부총리가 진짜 태클해야 할 일은 경제민주화 광풍에 맞서는 일이다. 그러나 부총리는 아예 논쟁의 현장에는 부재다. 경제민주화가 성장동력을 잠식하고 성장체제를 무너뜨리는 일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다. 그것은 ‘내 임기 이후의 부작용’이라는 것인가. 이런 식이라면 경제부총리는 왜 다시 만들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