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장소서 몇마일 떨어진 곳…용의자 남성 3명 체포

미국 오하이오주 북부 클리블랜드에서 10년 전쯤 잇달아 사라졌던 여성 3명이 인근 동네에서 살아있는 채로 발견됐다고 ABC방송과 CBS방송, AP통신 등 미국 언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경찰은 클리블랜드 중심가 남쪽의 한 가옥에서 2002∼2004년 사이 실종됐던 여성 3명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발견된 가옥은 실종장소로부터 불과 몇마일 떨어진 곳이었으며, 경찰은 문제의 가옥 주인인 히스패닉계의 통학버스 운전사 아리엘 카스트로(52)를 포함해 세 명의 형제를 체포했다.

다른 두 형제의 나이는 50세와 54세로 알려졌다.

발견된 여성의 이름은 지나 디지저스(23), 어맨다 베리(26), 미셸 나이트(32)로 알려졌다.

이들의 건강상태는 양호해 보였으며, 모두 병원으로 이송돼 검진을 받고 가족과 재회했다.

경찰은 또 6살짜리 여자아이도 현장에서 함께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7일 이 아이가 감금됐던 여성 3명 중 한 명의 딸로 확인됐다면서 베리가 어머니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 아이가 발견됐을 당시에는 신원이나 감금됐던 여성들과의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나이트는 21살이던 2002년 8월23일 사촌 집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사라졌다.

베리는 16살이던 2003년 4월21일 오후 7시40분께 집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패스트푸드점 버거킹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다.

디지저스는 14살이던 2004년 4월2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 종적을 감췄다.

이들 여성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이웃 주민인 찰스 램지였다.

베리가 갈라진 현관 문틈으로 손을 내밀어 구조를 요청하면서 이들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다.

램지는 "어떤 여성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고 그녀가 집 밖으로 나오려고 미친 듯이 애쓰는 것을 봤다"며 "내가 현관으로 다가가니까 '밖으로 나가게 도와주세요.

여기에 오랫동안 갇혀있었어요'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램지는 "잠긴 문을 열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자 문 아래를 발로 걷어찼다.

그 틈으로 베리가 한 어린 소녀를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베리는 곧장 옆집으로 가서 911에 신고했다.

911에 녹음된 통화기록에는 "난 아만다 베리입니다.

납치됐고 10년간 실종됐었습니다.

지금 탈출했고 여기 있어요"라는 베리의 흥분한 목소리가 남아있다.

베리는 또 "그가 돌아오기 전에 빨리 와달라"고 애원했다.

베리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납치용의자가 자신이 감금된 집의 소유주인 아리엘 카스트로라고 밝혔다.

또 집 안에 다른 사람도 감금돼 있다고 밝혔다.

이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발견된 여성 중 한 명이 감금된 기간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언론은 현장에서 어린 아이가 2명 발견됐다고 보도했지만 경찰은 확인을 거부했다.

여성들을 발견한 램지는 용의자 카스트로와 바비큐를 구워먹기도 했다며, 지금껏 카스트로에게서 어떠한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가옥으로부터 반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홀리오 카스트로는 가옥의 주인이 자신의 조카 아리엘 카스트로라고 확인했다.

그는 조카가 클리블랜드 공립학교의 통학버스 운전사로 일했다고 밝혔다.

여성들이 구출되던 6일 밤 문제의 가옥 주변에 모인 주민들은 여성들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을 보면서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들의 가족과 친구들은 "살아있을 줄 알았다.

너무 감사하다"며 감격해했다.

그러나 췌장염 등으로 투병하다 딸이 실종된 지 3년 후인 2006년 사망한 베리의 엄마는 끝내 딸과 재회하지 못했다.

유족들은 베리의 엄마가 딸의 실종 후 병세가 악화했고 말 그대로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 끝에 사망했다고 전했다.

클리블랜드 시장인 프랭크 G. 잭슨은 "여성들이 무사히 돌아와 매우 기쁘다"며 "아직 풀리지 않은 많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실종된 여성들이 발견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 1월 한 교도소 수감 죄수가 실종된 베리의 사체에 대한 가짜 매장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죄수는 지난해 여름 베리가 매장된 장소를 지목했지만 경찰이 현장을 파보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또 그에 앞서 두 명의 남자가 디지저스의 실종과 관련해 수감됐다 2006년 풀려났다.

수사관들이 남자들의 집을 뒤졌지만 디지저스의 사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오수진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