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째 이어진 신격호 회장의 고향사랑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1·사진)이 5일 고향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마을잔치를 열었다. 신 총괄회장이 고향 사람을 초청해 정을 나누는 이 행사는 1971년에 시작돼 올해로 43년째가 됐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4일 부산을 방문해 롯데호텔 부산의 사업 현황을 보고받은 뒤 둔기리 별장으로 이동, 하룻밤을 지냈다. 그는 마을잔치가 열린 둔기공원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인근 별장에 머물며 친인척과 지인들을 맞았다.

신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쓰식품 회장과 신준호 푸르밀 회장, 장녀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장남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이 마을잔치에 참석했다.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경제사절단 구성원으로 출국해 오지 못했다.

영산 신씨 집성촌이었던 둔기리 일대는 1970년 울산공단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대암댐이 건설되면서 수몰됐다. 신 총괄회장은 고향 마을이 사라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1971년 동향 출신 지인들과 함께 ‘둔기회’를 만들고 매년 5월 첫 번째 휴일에 잔치를 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1922년 이 마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살았다.

수몰 전 둔기리 마을 규모는 70여가구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850가구가 마을잔치에 참여한다. 마을잔치는 전국 각지에서 온 둔기회 회원들이 오전 9시께부터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돼 제기차기, 딱지치기, 연예인 축하공연, 장기자랑 등의 순서로 오후 4시까지 진행됐다.

울산=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