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5일 오후 3시15분
[마켓인사이트] 기업 급전창구 CP시장 고사 위기
1972년 도입된 이래 기업들의 급전 창구 역할을 해온 기업어음(CP) 시장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6일부터 만기가 1년 이상이거나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되는 CP를 발행할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이 의무화되는 데다 기존에 발행된 단기 CP도 전자단기사채로 빠르게 대체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일부터 만기가 365일 이상이거나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되는 CP 및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증권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한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된다.

회사채처럼 금액과 만기 등 기본적인 발행 정보와 함께 기업의 투자 위험과 자금 사용 목적 등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CP 발행 기준이 회사채 수준으로 엄격해지는 것이다.

이미 발행된 단기 CP는 전자단기사채로 전환될 전망이다. 지난 1월 도입된 전자단기사채는 실물 채권 없이 전자상거래 방식으로 발행·유통되는 채권으로, 만기 3개월 미만의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이 면제된다. 단기 자금을 주로 끌어 쓰는 증권사와 카드사들을 중심으로 전자단기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 준비에 나서고 있다.

김형조 동양증권 연구원은 “만기 90일 미만의 CP는 향후 만기가 돌아올 때 대거 3개월물 전자단기사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CP시장은 단계적으로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CP는 증권신고서 제출이나 수요 예측 등의 공모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어 기업들의 핵심적인 단기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부실 기업도 손쉽게 발행할 수 있어 투자자가 피해를 볼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2011년 LIG건설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에 2000억원대의 CP를 발행해 1000여명에 달하는 투자자가 손실을 입기도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