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야만 정부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개정안은 새누리당이 ‘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지난 총·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불체포 특권 포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 전망이다.

김기현 새누리당 의원은 29일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요청할 때 영장 사본을 첨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의원을 체포 또는 구금하려고 할 때 영장 발부 이전에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요청하게 돼있다. 국회의원은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영장을 발부받고 나서야 체포동의안이 제출되기 때문에 그만큼 국회의원의 인신 구속 절차는 복잡해지게 된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오히려 강화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지난 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영주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됐지만 여야가 본회의 일정에 합의하지 못해 처리되지 못하자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김 의원은 “영장 발부 전 체포동의안을 먼저 가결하면 그 결정이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또 체포동의안을 가결하고 나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국회 결정의 신뢰가 떨어진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불체포 특권의 포기는 헌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이라며 “영장이 발부돼 사건의 실체 판단이 끝났다면 오히려 국회도 더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개정 법안은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포함한 계류 법안 처리를 위해 4월 임시국회 회기를 내달 7일까지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또 직권 상정 요건을 강화하는 대신 예산안의 자동상정제도 도입 시기를 1년 늦추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여당 의원의 반발로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