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악수 예절
지역과 문화에 따라 인사예법은 다양하다. 포옹은 기본이고 뺨을 맞대거나 코를 맞대기도 한다. 우리의 전통은 절(拜)과 읍(揖) 같은 형식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악수가 세계표준을 장악하고 말았다. 어디서건, 어떤 상황에서건 보편적 인사예절이 바로 악수다. 정중하게 손을 맞잡는 인사예의, 악수가 갖는 간편함과 합리적인 스킨십 때문일까. 이 격식은 동서양의 문화 차이나 남녀노소 간의 벽도 넘어서게 해준다. 출근길 무수한 샐러리맨의 차림새, 정장 신사복이 전 세계 도시 남성들의 표준 복장이 된 것처럼 악수도 그렇게 인사의 표준이 됐다.

악수에도 예절이 있다. 악수를 청하는 기준은 여성이 남성에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기혼자가 미혼자에게 청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한다. 상호 대등성을 전제로 서로 존중하고 친근한 정을 담는다는 의미라지만 아무 데서나, 아무 손이나 덥석 잡는다고 예법에 맞는 악수예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하되, 상대 손을 너무 강하게 쥐거나 형식적으로 손끝만 내미는 것은 옳은 악수법이 아니다. 악수를 사양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결례요, 모욕이다.

악수는 고대 로마에서 기원했다는 설도 있고 중세 잉글랜드라는 주장도 있다. 기원이 어디였든 악수가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는 해석은 지금도 썩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래서 당초 남자끼리 인사였던 것이 보편적 인사예법으로 확대됐다는 추론이 맞다면 악수가 ‘안전의 확인’에서 ‘대등한 존중’으로 그 의미가 확대됐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겠다.

최근 신문에 실린 두 장의 악수 장면으로 네티즌이 시끌벅적하다.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과 래리 페이지 구글 CEO의 대조적인 악수인사 때문이다. 게이츠는 왼손을 바지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한 손만 내밀었고 페이지는 두 손을 맞잡는 정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빌 게이츠의 악수를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분위기였다고 한다면 래리 페이지는 대통령을 충분히 공대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한국 네티즌의 이런저런 악수 논평에 미국 언론도 가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빌 게이츠가 나라마다 다른 국제적인 예의를 숙지했어야 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국제적 결례’라는 흥분된 목소리도 있지만 실상 별일도 아니다. 상하관계도 아닐뿐더러 청와대에서 보면 둘 다 귀한 손님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마음이다. 가볍게 손을 맞잡는 행위지만 눈빛에서, 표정에서, 전체적인 몸동작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날 청와대를 찾은 빌 게이츠의 표정에서만큼은 깊은 애정이 묻어난다고 해도 좋았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