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수종 개량
제23회 동계올림픽을 평창에 유치해 온 국민이 열광했던 장면이 다시 떠오른다. 왜냐하면 2018년 2월부터 17일간 열전에 돌입할 빙상경기장 중 강릉에 설립될 피겨스케이트장의 지붕트러스, 기둥, 벽 등이 철골조가 아닌 순수 강원산 낙엽송 목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 결정으로 국내 낙엽송 원목 2만㎥를 산주로부터 구매하고 제재 및 목가공하는 일이 국내업계에 생기게 됐다. 국외 사례로는 1998년 일본 나가노올림픽의 현수형 목구조와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리치몬드경기장에 길이 100m에 달하는 14개의 대형 아치로 구성된 지붕 구조의 목조건물이 친환경 경제올림픽의 상징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낙엽송은 우리나라에서 강원·경기 지역에 가장 많이 조림한 수종으로서 강도가 있고 결이 고운 속성수다. 이 나무의 옹이 등 소재목재 결점을 분산시켜 강도 신뢰성을 한층 높인 공학목재가 구조용 집성재다. 접착 강도, 함수율, 휨 강도, 재면 품질 등이 KS F 3021 규정을 통해 그 성능이 인증돼 안전하게 시공할 수 있고 구조설계된 치수에 화재 안전성을 위한 내화성능도 확보돼 있다. 이렇듯 우수한 내진성능과 친환경성, 내화성, 차음성을 지닌 목조경기장은 천연목재 사용으로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제공하고 소음을 흡수하며 습도조절로 선수의 호흡을 좋게 해 기록 단축에도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지역 목재를 활용한 경기장으로서 강원도의 상징성과 도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게 됐다고 국립산림과학원의 김외정 박사는 강조하고 있다.

또 국가의 백년대계를 통한 지속경영을 위해선 조림의 수종개량이 절대 필요하다. 산림청은 수년 동안 꾸준히 공청회와 토론회를 통해 대표적인 조림수종으로 백합나무를 정한 바 있다. 이 나무는 북아메리카 동부의 혼합 활엽수림에 분포하는데 다른 활엽수보다 크게 자라 지름이 2m 이상, 키가 60m에 이르기도 하며 약 200년이 돼야 완전히 자란다고 한다. 경제성도 우수해 고가의 가구, 건축 내장재, 악기 등의 재료로도 쓰인다. 나아가 백합나무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다른 조림수종보다 1.6~2.2배 우수해 탄소배출권 확보에 있어서도 가장 유망한 수종이다.

동계올림픽 경기장을 자국산 목구조 건축설계로 선정한 것은 건축과 임업목재산업 분야를 융합해 일자리를 창출한 창조경제의 좋은 모범사례다. 성공적인 수종개량을 통해 제2, 3의 세계적인 친환경 목조건축물이 계속 이어져 나오기를 바란다.

이경호 < 영림목재 사장 khlee90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