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제러드 라일 기자 인터뷰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입수한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법인)나 계좌를 보유한 한국인은 대부분 서울에 주소를 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명단을 처음 입수한 ICIJ의 제러드 라일 기자는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본부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라일 기자는 관련 자료를 최초로 입수한 호주의 탐사 전문기자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를 거친 검은돈과 그 돈의 주인 수천명을 공개해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자료에 나온 한국인의 주소는 대부분 서울이고 일부 서울이 아닌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리스트에 남한 사람, 북한 사람이 있는 것을 분명히 봤다'고 자신 있게 강조했던 그는 그러나 명단을 다시 살펴보고 나서 북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을 바꿨다.

여러 언론으로부터 북한인과 관련한 문의가 들어와 명단을 다시 찬찬히 살펴봤더니 북한 주소는 없더라는 것이다.

라일 기자는 "북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 같다.

어쨌거나 그건 내 완전히 잘못이다.

'북한'이라는 단어 자체를 언급하지 말았어야 했고 말하기 전에 다시 살펴봐야 했었다.

나중에 검토했더니 북한 주소는 없다.

데이터베이스에 북한인이 있다는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또 리스트의 한국인은 어림잡아 70여명이라고 했으나 이 또한 정확한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그는 "일부 이름은 한 번 이상 겹칠 수 있다.

아주 단순하게 세어보면 70명쯤 된다.

그러나 한국인 회사는 살펴보지 않았다.

개인만 일별하면 그렇다는 것인데, 같은 이름이 10번도 있을 수 있고 20번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정확하게 말하면 아직 모른다는 게 맞는 말"이라고 전했다.

70명 안팎이라면 이를 분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도 신중하게 대응했다.

라일 기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명단에 있다고 그들이 다 잘못했다거나 불법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리스트에 있는 인물이 공인이라면 얘기가 된다는 게 일반 대중의 관심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이름 주변의 맥락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아, 누가 있는지 한 번 볼까'라고 단순하게 말할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명단에 병기된 정보는 주소지 이외에 국적 등은 전혀 없다고도 했다.

또 한국인이 미국 주소나 다른 국가에 주소가 있는 회사를 통해 버진아일랜드 계좌에 돈을 넣어뒀다면 이번 분석 작업의 틀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정확한 조세 회피 실태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는 '알 만한 한국인 이름을 봤느냐'는 물음에 "전혀 모른다.

그래서 리스트를 살펴보고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설명해줄 한국 언론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서울에 근거를 둔 비영리 언론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명단 공개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다른 나라도 한국만큼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