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 환경부 로고 삭제되고 대신 등장…"환경 경시 반영"

최근 개편된 캐나다 정부의 공식 기상정보 홈페이지에 주무 환경부 로고가 삭제되고 대신 빈 자리가 보수당 정부의 정책홍보 로고 3종으로 장식돼 야권의 반발과 비판이 일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캐나다통신에 따르면 환경부가 운영하는 정부 공식 기상 사이트에서 상단에 고정 배치돼 있던 환경부의 명칭과 상징 로고가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 빈 공간을 활용해 보수당 정부의 경기 부양 예산 집행 정책인 '경제실행계획'(Economic Action Plan)을 알리는 홍보 로고 등이 하단에 배치됐다.

또 지난달 공개된 정부 예산안, '당신을 위한 절세'라는 국세청 슬로건 등을 담은 링크 표시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이를 두고 야당측은 지난 2009년 정부가 예산 실행 계획을 시작한 이후 이를 홍보하기 위해 신문, 방송 등 각종 매체에 1억 달러 이상의 광고비를 쏟아부었다고 지적하고 기상과 일기 정보를 알리는 공공 서비스 사이트를 정부 홍보 매체로 이용하는 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녹색당 엘리자베스 메이 당수는 성명을 내고 환경과 주무 부처를 경시, 홀대하는 보수당 정부의 인식과 시각이 드러난 것이라면서 캐나다 국민들이 날씨를 알아보려면 국민세금으로 충당되는 보수당의 선전 폭격을 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자유당 크리스티 던컨 환경위원은 "이 정부 내에서 환경부의 역할이 소멸하는 중임을 알리는 징표로 생각한다"며 "민생 정보가 있는 공간이 왜 당파적 광고에 쓰여야 하는가"라고 추궁했다.

그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힐난하면서 기후변화에 관한 다른 정보들도 환경부 웹사이트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대변인은 기상 사이트 개편은 사용자 편의 위주로 꾸미도록 하라는 재정위원회의 새 지침을 따른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 피터 켄트 환경부 장관도 사이트 개편을 재정위원회가 주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예전보다 훨씬 더 사용자 편의가 더해진 훌륭한 새 사이트"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중복 과다 운용되고 있는 각 정부 사이트들을 통폐합해 사이트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벌이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jaey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