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정말 셰익스피어가 이탈리아에 가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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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등 작품 속 단서로 16세기 이탈리아 재구성
'답사 없이 창작했다' 논란…증명 위해서 직접 여행
이탈리아 지리·역사 소개
관광명소 '줄리엣의 집'
작품내용과 다른 '가짜' 주장
셰익스피어의 이탈리아 기행
리처드 폴 로 / 유향란 옮김 / 오브제 / 452쪽 / 2만원
'답사 없이 창작했다' 논란…증명 위해서 직접 여행
이탈리아 지리·역사 소개
관광명소 '줄리엣의 집'
작품내용과 다른 '가짜' 주장
셰익스피어의 이탈리아 기행
리처드 폴 로 / 유향란 옮김 / 오브제 / 452쪽 / 2만원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등장하는 이탈리아의 장소와 문화에 대한 언급은 매우 독특하고 구체적”이라며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셰익스피어가 이탈리아에 대한 지식을 현장에서 얻었음을 증명하고도 남는다”고 말한다. 첫 여행지는 셰익스피어의 첫 희곡으로 알려진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베로나. 베로나는 영국에서 온 여행자가 알프스산맥을 넘은 뒤 가장 처음 밟게 되는 이탈리아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백모님, 거룩한 태양이 동쪽의 금빛 창에서 얼굴을 내밀기 한 시간 전에 마음이 심란해서 집 밖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가지 서쪽 단풍나무숲 아래에서 그 이른 새벽에 산책을 나온 로미오를 보았습니다.’
로미오의 어머니 몬태규 부인이 로미오가 어디 있는지 묻자 조카 벤볼리오가 대답한 내용이다. 변호사이기도 한 저자는 쉽게 지나치기 쉬운 작품 속 대사에서 단서를 잡는다. 그는 아무도 실제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가지 서쪽 단풍나무숲’을 찾아낸다. 옛날부터 있던 오랜 숲은 무분별하게 진행된 도시화 과정에서 도로와 교차로, 건물들로 대체됐고 나무들만 군데군데 나뉜 채 서 있지만 토박이 택시기사와 함께 돌아다니며 추적한 끝에 발견한 것이다.
줄리엣의 집으로 알려져 날마다 관광객으로 미어터지는 곳은 오히려 ‘가짜’라는 결론을 내린다. 사람들은 줄리엣이 로미오의 청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 집의 발코니를 사랑의 성지로 알고 있지만 정작 ‘로미오와 줄리엣’ 작품에는 ‘발코니’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 셰익스피어는 다른 작품에서도 발코니란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줄리엣은 그의 방 ‘창가’에 등장할 뿐이다. 현재 그 집에 있는 발코니는 1930년대에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다른 집 발코니를 떼어다 단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이 밖에도 베니스의 문화를 추적해 ‘베니스의 상인’이 유대인에 철저히 적대적이라고 밝히며 안토니오 일당은 기독교 정신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거짓말쟁이라고 지적한다. 또 ‘겨울 이야기’의 배경인 시칠리아,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피사와 파도바, ‘템페스트’의 배경으로 짐작되는 화산섬 불카노 등을 누비며 이탈리아의 지리, 역사, 문화를 소개한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주제로 한 이탈리아 기행인 셈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는 읽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셰익스피어에 ‘꽂힌’ 저자가 갖는 만큼의 공감을 일반 독자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셰익스피어에 관한 논란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저자의 여행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변호사다운 치밀한 추적과 셰익스피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감탄할 만하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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