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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마을] 정말 셰익스피어가 이탈리아에 가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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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미오와 줄리엣' 등 작품 속 단서로 16세기 이탈리아 재구성

    '답사 없이 창작했다' 논란…증명 위해서 직접 여행
    이탈리아 지리·역사 소개

    관광명소 '줄리엣의 집'
    작품내용과 다른 '가짜' 주장

    셰익스피어의 이탈리아 기행
    리처드 폴 로 / 유향란 옮김 / 오브제 / 452쪽 / 2만원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리알토는 여러 세기 동안 상인 은행가 선주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업 중심지였다. 조반니 안토니오 카날레토가 18세기 초 그린 ‘리알토 광장 풍경’. /오브제 제공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리알토는 여러 세기 동안 상인 은행가 선주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업 중심지였다. 조반니 안토니오 카날레토가 18세기 초 그린 ‘리알토 광장 풍경’. /오브제 제공
    영국이 자랑하는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 기록에 따르면 그는 1564년 잉글랜드 워릭셔 주의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태어났고 1616년 사망했다. 셰익스피어는 그 명성만큼이나 논란도 많은 인물이다. 그는 실존 인물이 아니며 다른 사람이 가명으로 작품을 썼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그의 대표작인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밤의 꿈’ 등의 무대가 되는 이탈리아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채 책상 앞에서 써내려 간 작품이라는 주장은 사실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책마을] 정말 셰익스피어가 이탈리아에 가봤을까?
    리처드 폴 로 미국 컨커디아대 셰익스피어 작가연구센터 소장은 셰익스피어가 실존 인물이냐 아니냐는 논란과는 별개로 작가가 이탈리아를 몸소 여행한 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셰익스피어의 이탈리아 기행》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저자가 직접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 남겨진 배경을 토대로 이탈리아 방방곡곡을 누빈 여행기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등장하는 이탈리아의 장소와 문화에 대한 언급은 매우 독특하고 구체적”이라며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셰익스피어가 이탈리아에 대한 지식을 현장에서 얻었음을 증명하고도 남는다”고 말한다. 첫 여행지는 셰익스피어의 첫 희곡으로 알려진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베로나. 베로나는 영국에서 온 여행자가 알프스산맥을 넘은 뒤 가장 처음 밟게 되는 이탈리아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백모님, 거룩한 태양이 동쪽의 금빛 창에서 얼굴을 내밀기 한 시간 전에 마음이 심란해서 집 밖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가지 서쪽 단풍나무숲 아래에서 그 이른 새벽에 산책을 나온 로미오를 보았습니다.’

    로미오의 어머니 몬태규 부인이 로미오가 어디 있는지 묻자 조카 벤볼리오가 대답한 내용이다. 변호사이기도 한 저자는 쉽게 지나치기 쉬운 작품 속 대사에서 단서를 잡는다. 그는 아무도 실제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가지 서쪽 단풍나무숲’을 찾아낸다. 옛날부터 있던 오랜 숲은 무분별하게 진행된 도시화 과정에서 도로와 교차로, 건물들로 대체됐고 나무들만 군데군데 나뉜 채 서 있지만 토박이 택시기사와 함께 돌아다니며 추적한 끝에 발견한 것이다.

    줄리엣의 집으로 알려져 날마다 관광객으로 미어터지는 곳은 오히려 ‘가짜’라는 결론을 내린다. 사람들은 줄리엣이 로미오의 청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 집의 발코니를 사랑의 성지로 알고 있지만 정작 ‘로미오와 줄리엣’ 작품에는 ‘발코니’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 셰익스피어는 다른 작품에서도 발코니란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줄리엣은 그의 방 ‘창가’에 등장할 뿐이다. 현재 그 집에 있는 발코니는 1930년대에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다른 집 발코니를 떼어다 단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이 밖에도 베니스의 문화를 추적해 ‘베니스의 상인’이 유대인에 철저히 적대적이라고 밝히며 안토니오 일당은 기독교 정신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거짓말쟁이라고 지적한다. 또 ‘겨울 이야기’의 배경인 시칠리아,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피사와 파도바, ‘템페스트’의 배경으로 짐작되는 화산섬 불카노 등을 누비며 이탈리아의 지리, 역사, 문화를 소개한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주제로 한 이탈리아 기행인 셈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는 읽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셰익스피어에 ‘꽂힌’ 저자가 갖는 만큼의 공감을 일반 독자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셰익스피어에 관한 논란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저자의 여행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변호사다운 치밀한 추적과 셰익스피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감탄할 만하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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