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불안과 긴장…'파리 5구의 여인'
에펠탑과 샹젤리제 거리가 등장하는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 파리가 아니다.

영화 '파리 5구의 여인'은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파리에 관한 판타지와는 한참 동떨어진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다.

회색빛 지하철 차량이 들어오고 나가는 낡은 차고지, 소음과 적막함이 교차하는 황량한 철길 근처의 뒷골목이 이 영화를 채우는 배경이다.

[새영화] 불안과 긴장…'파리 5구의 여인'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어떤 범죄라도 일어날 수 있을 듯한 이 어두운 동네에서 관객은 주인공과 함께 길을 잃고 기묘한 체험을 하게 된다.

소설가이지만 딱 한 편의 작품을 낸 뒤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톰(에단 호크 분)은 전처와 딸을 찾아 파리에 온다.

하지만, 전처는 톰에게 '당신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독설을 퍼부으며 문전박대한다.

할 수 없이 어딘가로 가는 버스에 오른 그는 깜빡 잠이 들고 그 사이 갖고 있던 가방과 지갑을 모두 도둑맞는다.

버스 종점에서 우연히 들어간 낡은 여관에서 사장에게 외상 숙박을 부탁해 이 더럽고 낡은 여관에 묵게 된다.

그러다 여관 사장에게서 이상한 아르바이트를 제안받는다.

어느 어두운 지하실의 문지기 역할을 하며 그는 이곳에서 뭔가 수상한 범죄의 냄새를 맡는다.

또 우연히 동네 서점 주인의 초대로 가게 된 파티에서는 묘한 매력의 여인 '마르짓'(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을 만난다.

오후 4시 이후에 언제든 연락하라는 얘기를 듣고 며칠 뒤 톰은 그녀에게 연락해 집을 찾아간다.

그녀의 품게 안겨 그는 불안한 현실을 잠시 잊게 된다.

영화는 톰의 좌절과 외로움, 우울과 불안의 심리를 스크린에 가득 채우며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딸을 그리워하지만 만날 수 없는 현실, 돈 한 푼 없이 파리의 변두리를 부유하는 비참한 하루하루, 좋은 작품을 써야 한다는 강박과 불안이 한데 뭉쳐져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불안하게 한다.

여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여인의 존재와 지하실의 수상한 아르바이트는 그 뒤에 숨겨진 진실에 대해 궁금증을 일으킨다.

더글러스 케네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스릴러·심리물로서 스크린에 이야기를 힘있게 옮겨놓는 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배우다운 주름이 깊어진 에단 호크와 노련한 여배우 크리스틴 스콘 토머스의 농밀한 연기도 좋다.

하지만 판타지가 녹아있는 이야기를 결말에서 황급히 마무리하는 듯한 모양새는 다소 헛헛함을 남긴다.

폴란드 출신의 영국 감독 파벨 파블리코브스키가 연출했다.

25일 개봉. 상영시간 85분.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