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의 공포'…외국인 이달 1조8500억 매도 '큰손' 부각 중국계도 '팔자'
외국인이 지난 3월11일부터 주간단위로 5주째 유가증권시장 주식을 팔며 총 4조8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4월 들어선 한국 주식을 지속적으로 순매도했던 미국계와 영국계 외국인뿐만 아니라 작년 11월부터 3월까지 5개월 연속 한국 주식을 샀던 중국계 외국인도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에서 자금을 빼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계 외국인도 순매도 전환

9일 코스피지수는 2.05포인트(0.11%) 오른 1920.74에 마쳤다. 그러나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11억원을 팔았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8500억원어치를 팔았다.

미국계와 영국계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팔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미국계와 영국계 외국인은 한국 주식(코스닥 포함)을 각각 7100억원, 3700억원 순매도했다. 룩셈부르크계와 홍콩계 외국인도 800억원 이상 ‘팔자’에 나섰다. 작년 11월부터 5개월 연속 순매수하며 한국 증시의 ‘큰손’ 역할을 했던 중국계 외국인도 이달 들어선 270억원 순매도 중이다.

황성윤 금감원 증권시장팀장은 “뱅가드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미국계는 매일 꾸준히 주식을 팔고 있다”며 “영국계 자금은 시장 상황에 따라 자금을 증시에 수시로 넣었다 뺐다 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주식 ‘팔자’ 일본 주식 ‘사자’

외국인의 순매도는 북한 리스크와 일본 증시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일본은행(BOJ)이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8일 13,000선을 돌파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을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단기 투자 성격의 헤지펀드뿐만 아니라 장기투자 성격의 펀드들까지 한국 주식을 팔고 일본 주식을 사고 있다”며 “일본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아직 1.25배에 불과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전자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1분기 실적이 좋지 않다”며 “삼성전자만으로 한국 증시를 끌어올리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외국인 매도의 이유”라고 덧붙였다.

◆최소 2조~3조원 추가 순매도 예상

전문가들은 북한 리스크, 엔화 약세, 미국 경기둔화 등 ‘증시 3재(災)’가 해소되지 않으면 최소 2조~3조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추가적으로 이탈할 것으로 내다봤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황분석팀장은 “미국 경기둔화와 엔화 약세가 복합적으로 지속되면 외국인 순매도세는 중기적인 추세가 될 수 있다”며 “2010년 이후 대규모 매도 사례를 감안하면 앞으로 2~3주 동안 3조원 정도 더 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 증시의 매력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외국계 펀드들이 매력적인 일본 증시를 놔두고 한국 주식을 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 리스크가 다음주 초부터 잦아들면 외국인 순매도세는 둔화될 것”이라며 “일부 미국계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가 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