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과 한국무역협회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운영권을 둘러싸고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코엑스몰은 주말 유동인구가 15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복합쇼핑단지다. 한경DB
현대백화점과 한국무역협회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운영권을 둘러싸고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코엑스몰은 주말 유동인구가 15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복합쇼핑단지다. 한경DB
축구장 45개 크기의 국내 최대 복합쇼핑단지인 코엑스몰 운영권을 둘러싼 현대백화점과 한국무역협회의 다툼이 법정싸움으로 확전됐다. 현대백화점은 계열사인 한무쇼핑의 코엑스몰 운영권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무역협회를 계약 위반으로 걸어 9일 소송을 제기했다. 무역협회는 계약 효력이 만료됐는데도 현대백화점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감정싸움으로 확산

현대百-무협 '27년 전 계약' 놓고 법정공방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소송 내용은 무역협회가 제3자에게 코엑스몰 위탁관리를 맡길 수 없도록 해 달라는 것. 또 일방적인 계약 종료로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이 입은 손해를 무역협회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올렸던 연간 14억원 정도의 수수료 수입이 없어지는 것보다도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역협회와 1986년 맺은 출자약정에 관한 것이다. 당시 무역협회가 민간기업에 무역센터 지하 아케이드 운영권을 넘긴다는 조건으로 출자를 했다는 것. 한무쇼핑은 이 같은 출자약정에 따라 1988년 무역협회와 현대백화점 등이 출자해 설립된 회사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지분 6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무역협회는 35%의 지분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한무쇼핑은 코엑스몰에 대해 항구적인 관리·운영권을 갖는다는 것이 현대백화점 측 주장이다. 코엑스몰은 무역센터 지하 아케이드를 리노베이션한 것으로 별개 시설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역협회는 그러나 출자약정에 따른 한무쇼핑의 운영권은 코엑스몰을 개장하기 전에 있었던 무역센터 지하 아케이드에 한정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역센터 지하 아케이드를 허물고 코엑스몰을 새로 지으면서 효력이 끝났다는 것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코엑스몰 운영에 관해서는 2000년 무역협회와 한무쇼핑이 새로운 계약을 맺었으며 이 계약은 지난 2월28일자로 끝났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코엑스몰 직영 계획

무역협회는 자회사를 설립해 코엑스몰 운영을 맡긴다는 방침이다. 무역협회는 2014년까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한 프리미엄 쇼핑센터로 코엑스몰을 리노베이션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유통업에 관한 노하우가 없는 무역협회가 코엑스몰을 제대로 운영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00년 개장한 코엑스몰은 영업면적이 29만㎡로 국내 최대 복합쇼핑단지다. 수족관 아쿠아리움과 복합상영관 메가박스를 비롯해 460여개 점포가 입점해 있으며 주말 유동인구는 15만명에 달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유통 전문기업이 운영을 맡지 않으면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무역협회가 코엑스몰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은 임직원들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엑스몰을 운영한다는 명목으로 자회사를 만들어 임직원들을 임원으로 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가 (주)코엑스, 한국도심공항 등 8개 자회사를 두고 이들 회사에 10여명의 임원을 파견하고 있다는 점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반면 무역협회는 “계약종료에 따른 적법한 권리행사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코엑스몰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운영사도 교체, 변신을 도모하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