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지주 회장·행장 따로 두나 '촉각'
정부가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산업은행장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5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별도로 산업은행장을 둘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고, 산업은행장은 주주총회에서 선임된다. 산은금융지주는 2009년 10월
출범 이후 지주 회장이 산업은행장을 겸직하는 체제로 운영됐다.

지난 4일 이임식을 가진 강만수 전 회장은 사석에서 “산은금융지주에서 산업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 회장이 행장을 겸하지 않으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가 3년 반 만에 회장·행장을 분리하려 하는 것은 새 회장으로 내정된 홍기택 교수(사진)의 부족한 금융실무 경험을 보완하려는
의도에서다. 한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홍 내정자가 금융과 거시경제에 밝긴 하나 실제 기업금융 실무 등을 해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받쳐줄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속내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의 관료를 내려보낼 수 있는 자리를 하나 더 만든다는 얘기 아니냐”며
“재정부·금융위 등의 인사 적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실만 만드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홍 내정자에 대한 자질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그간 공공기관장 자리에 ‘국정철학을
공유할 사람’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자본·산업자본의 분리(금산분리) 강화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왔다. 이 때문에 야당 등에서 “국정철학 공유조차 의심스러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홍 내정자는 2008년 한반도선진화재단이 펴낸 ‘왜 금융선진화인가’라는 제목의 공동 저서에 ‘금산분리 원칙의 재조명’이라는 글을
실었다. 이 글에서 그는 “금산분리는 금융산업 발전의 족쇄”라며 “외국인을 우대하는 불공평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를 전 금융업권으로 확대하기로 했으나
막상 작년 6월 금융위가 제출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이 내용이 빠진 것은 규제개혁위원이던 홍 내정자가 반대한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금산분리에 관한 견해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