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되는 공공분양 또는 신도시 공급물량을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반기 아파트 청약 전략의 첫 번째 기준으로 분양가를 꼽았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반등에 성공했지만 아직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까닭이다. 따라서 주변 시세보다 싼 아파트를 선택해 손실을 볼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구체적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공사 등 공기업이 택지지구와 신도시에서 저렴하게 공급하는 아파트, 서울시내에서 공급되는 역세권 아파트, 수도권 인기 신도시 시범단지 등을 유망물량으로 꼽았다.

○저소득층은 공공임대·분양에 관심을

올해가 내집 마련의 적기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집값이 많이 떨어진데다 전셋값 상승세도 만만치 않아서다. 따라서 실수요자라면 신규 분양 물량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요즘 아파트는 주변시세와 비슷하거나 낮게 공급되는데다, 구입대금을 2~3년에 걸쳐 나눠서 내는 장점도 있다. 나비에셋의 곽창석 대표는 “일본처럼 집값이 상승하는 시대가 지났다고 생각하는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올해 집을 구입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의 경우 1순위로 임대아파트에 관심을 가지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임대료가 주변시세의 70~80% 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임대아파트는 나중에 분양전환되는 것이 장점이있다.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전세로 살다가 혹시 집값이 오르면 분양전환해 내집으로 만들 수 있다. 장기전세주택은 최장 20년까지 내집처럼 살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LH와 SH공사는 6월까지 수도권 24개 사업장에서 1만975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유형별로는 국민임대가 11개 사업장 7898가구, 장기전세가 11개 사업장 2785가구, 영구임대가 2개 사업장 292가구 등이다.

부동산써브 정태희 팀장은 “LH와 SH공사가 공급하는 임대아파트는 공급 물량이 수요에 비해 적어 경쟁이 치열하다”며 “자신에게 맞는 아파트를 미리 정해 당첨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 등 공기업이 선보이는 공공분양물량도 유망하다고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분양가가 대부분 주변시세의 70~80% 수준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보금자리주택 신규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 공급이 확정된 보금자리주택의 희소가치도 높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청약저축 가입액이 높은 사람들은 LH와 SH공사 등 공기업이 분양하는 공공분양 물량을 적극 공략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인기신도시 공급물량 많아

청약저축 납입액이 많지 않은 이들은 인기신도시 공급물량에 관심을 가지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그 중 위례신도시,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하남시 미사지구 등이 특히 유망하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마침 올 상반기에는 이들 3대 인기신도시에서 공급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도심 역세권이나 업무 지역 근처에서 분양하는 물량도 추천 리스트에 올랐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일본처럼 도심 선호 현상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전셋값도 계속 오르고 있어 도심 역세권의 중소형 아파트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민간 건설사가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역세권에서 저렴하게 공급하는 중소형은 내집 마련의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형 아파트의 경우 법원경매나 매매시장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수요자가 많지 않다보니 급매가나 낙찰가격이 턱없이 낮은 경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어서다. 경매 전문인 법무법인 열린의 정충진 변호사는 “대형 아파트는 감정가격의 절반 수준에 잡을 수도 있다”며 “큰 집으로 옮기려는 이들에게는 어느 때보다 좋은 매입 환경”이라고 말했다.

지방과 수도권 비인기신도시 청약에는 특별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수도권 외곽의 신도시는 입주 및 공급 물량이 너무 많아 당분간 반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의 경우 최근 2~3년간 활황을 보였던 아파트값이 작년 하반기부터 조정 국면에 들어간 점이 부담이다.

분양대행 업체인 내외주건의 김신조 사장은 “대부분 지방에서 올해부터 입주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며 “전셋값과 매매가격이 향후 2~3년간 동반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배후의 산업기반이 튼튼한 곳에서 공급되는 대규모 브랜드 타운은 매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주상복합의 경우 과거에 비해 인기가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무조건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많았다. 최근 들어 인기지역에서 경쟁력을 갖춘 상품이 더러 나오고 있어서다. 판교신도시의 랜드마크인 알파돔시티에서 공급되는 주상복합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이 서울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인근에서 공급 중인 주상복합 ‘마포 한강 푸르지오’는 한강조망권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분양가가 주변보다 3.3㎡당 1000만원이나 낮다. 내부 평면도 일반 아파트와 같다.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은 철저히 옥석을 가리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대부분 상품이 공급 과잉 상태에 접어들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신규 공급물량이 대거 미분양되고 있다. 특히 최근 2년간 인기리에 팔렸던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공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핵심은 임대수익률과 공실률”이라며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아 수익률이 낮거나 임차 수요가 적은 곳, 입주물량이 많은 곳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