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하 용산 개발사업) 정상화 해법을 놓고 사업 최대주주인 코레일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사업 자본금 증자를 통해 공기업이 주도하는 ‘공영(公營)개발’로 사업을 끌어갈 수도 있다는 코레일의 구상에 국토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서다. 코레일은 이번 정상화 조치로 디폴트 문제를 해결한 만큼 별도의 증자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당장 다음달 초 확정될 코레일의 정상화 방안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토부 “코레일 공영개발 위험”

국토부는 25일 코레일에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출자 관련 업무절차 알림’이라는 공문을 통해 공공기관 지분이 30% 이상인 부대사업을 추진할 경우에는 세부 계획을 국토부에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현행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기업 출자 지분이 30% 이상인 회사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주무부처 장관은 이 같은 공공기관 신규 지정 사유가 발생하면 재정부 장관에게 통보해야 한다.

건설업계에서는 국토부가 법률에 명시된 내용에 대해 별도의 사전 협의를 주문한 것은 코레일이 추진 중인 용산 개발사업 자본금 5조원 증자 방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달 시행사에서 받을 땅(용산 철도정비창)값 가운데 2조6000억원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면 민간 출자사들도 1조4000억원을 수혈해 현재 1조원인 시행사 자본금을 5조원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이어 지난 15일 발표한 정상화 방안에도 시행사 자본금을 5조원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을 포함시켰다.

증자안이 실현되면 코레일의 용산 개발사업 지분율은 25%에서 57%로 높아져 시행사인 드림허브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이럴 경우 용산 개발사업은 코레일 주도의 공영개발이 돼 사업 실패시 철도 서비스 중단과 같은 막대한 후폭풍이 우려된다는 게 국토부의 고민이다.

○코레일 “당장 증자할 뜻 없다”

코레일은 국토부가 우려한 자체 자금 조달 증자안은 당장 쓸 카드가 아닌 만큼 정상화 방안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확정한 사업 정상화 방안에 29개 출자사가 동의하면 연말까지 2600억원을 지원해 자금난을 해결할 계획”이라며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코레일은 이날 용산개발구역의 핵심 건물인 111층짜리 랜드마크빌딩을 4조1000억원에 매입하기로 한 기존 계약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드림허브는 이 돈을 담보로(매출채권 유동화) 2조7000억원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빌딩 공사비와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비 등의 사업비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랜드마크 빌딩 매입 계약을 유지하기로 한 것은 현실적으로 사업 자본금 5조원 증자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현재는 국토부가 반대하는 자본금 증자를 통한 공영개발을 추진할 명분도, 의지도 없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