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무장관·ECB 이사회 새패키지 제안 논의

키프로스 사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과 키프로스 정부가 합의한 구제금융 제공 방안이 키프로스 의회에서 거부됨에 따라 유로그룹은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룩 프리덴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은 즉각 유로존 재무장관 회담을 열어 새로운 패키지 제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일 긴급 집행이사회를 열어 키프로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계속할지 여부를 논의한다.

ECB는 더 이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키프로스에 더 많은 시간을 주면서 기존의 조건으로 유동성 공급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유로그룹과 키프로스 정부는 1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은행 예금에 6.75∼9.9%를 과세하는 한편 긴축 재정과 공기업 민영화 등을 추진하는 내용의 협상안에 합의했다.

채권단인 ECB, 국제통화기금(IMF), 그리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 소위 '트로이카'는 유로존 재정, 금융 위기의 '손톱 밑 가시'와도 같은 키프로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통해 위기를 진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키프로스가 위기에 대해 일부 책임지고 자구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부과된 예금 과세가 거센 후폭풍을 불러온 것이다.

유로그룹이 예금 과세라는 민감한 사안을 건드리면서 키프로스 문제는 유로존 위기 국가 전체의 문제로 확대됐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부유럽 위기 국가의 은행 예금주들이 불안해하고 이에 따라 이들 은행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등 시장이 동요했다.

키프로스에 거액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는 가장 강력하게 반발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키프로스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구제금융 조건으로 예금 자산에 세금을 부과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키프로스에 대한 조치가 예외적인 것이라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불안감이 다른 나라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유로그룹은 키프로스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완화된 조건의 구제금융 제공 방안을 도출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유로그룹과 키프로스 정부는 애초 예금 과세로 충당하려던 58억 유로의 재원을 벌충할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새 방안으로는 국채를 더 발행하거나 키프로스 은행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대체 방안에 대해 독일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고 유로그룹 소식통들이 전했다.

키프로스는 유로존 전체 경제 규모의 0.5%도 안되는 작은 나라지만 유로존 위기의 특성상 파급 효과가 적지 않음이 이번 사태를 통해 입증됐다.

따라서 독일도 자국의 입장을 고수하기만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로존 위기의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채권단도 키프로스에 더 많은 시간을 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뤼셀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