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로 민주통합당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9일 당내 486(40대·1980년대 학번) 그룹 모임인 진보행동과 전직 의원 모임인 민주헌정포럼이 각각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과 경쟁적 협력 관계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당 자체에 반대하던 것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관계를 모색하자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기식 의원은 토론회에서 “안철수 신당은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등장을 의미한다”며 “민주당은 일단 당 혁신에 집중한 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신당과 ‘연합정당’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은 치열한 정치쇄신 경쟁을 벌이면서 긴장적 협력 체제를 구축하면 서로에게 득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안 전 교수 측 김성식 전 의원은 “김 교수가 말한 긴장적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함께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민주당이 혁신한다면 (신당이)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현재로선 신당 창당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며 “정치권 전체를 혁신하는 게 최소한의 역할이지만 야권 전체의 수권세력이 되겠다고 예단하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가야 한다”고 조기 신당론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의 정체성과 당 혁신 방안에 대해선 상반된 목소리가 나왔다. 진보행동은 “강한 야당성을 확립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정체성은 진보적 국민정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헌정포럼은 “중도개혁 정당으로 가야 한다”며 “대선 참패의 원인 중 하나는 종북 세력으로 낙인된 진보세력과 연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체성 논쟁은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5·4 전국대의원대회에서도 재연될 전망이다.

한편 진보행동이 이날 ‘반성문’을 쓰고 공식 해체를 선언함에 따라 당내 ‘계파주의 청산’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