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또는 무면허로 운전하다 사고를 내면 보험증권에 기재된 피보험자 외에 운전자도 자기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음주운전 사고 자기부담금 250만원을 지급하라’며 한화손해보험이 박모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발표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사고를 일으켜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 등을 지급한 경우 보험사는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에게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구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보험사 약관에 따르면 보험증권에 기재된 기명 피보험자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피보험 차량의 사용 승낙을 받은 친족 피보험자 등의 음주운전 사고에 대하여도 보험금을 지급하므로 친족 등 다른 피보험자도 음주운전 사고 때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가 된다”며 “(보험사가 보상하지 않는) 자기부담금 조항을 적용받는 피보험자를 기명 피보험자에 한정한 원심은 위법함이 있어 다시 심리·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박씨는 2009년 10월 음주 상태에서 아내 김씨 소유 승합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김씨의 자동차보험사인 한화손보는 ‘피보험자 본인 또는 피보험자 승인하에 운전한 자가 음주운전 사고를 냈을 경우 피보험자는 사고부담금 25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약관 조항을 들어 박씨에게 부담금을 청구했다. 1·2심은 “보상금 청구 약관에서는 기명 피보험자, 친족 피보험자, 승낙 피보험자, 사용 피보험자 등을 모두 구분했지만 부담금 조항에서는 그냥 ‘피보험자’라고만 규정한 만큼 이는 기명 피보험자로 한정해야 한다”며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