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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팀 리포트] 강남 3구에만 40곳…도심 주택가로 들어온 노인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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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동 불편·중증질환 노인들 月 55만~60만원 내면 입소
    병원 가깝고 자식들 찾기 쉽게 도시지역에 잇따라 개설…서울에만 485곳 운영 중
    부모님 맡긴 뒤 연락두절에 일부 시설 노인학대까지
    [경찰팀 리포트] 강남 3구에만 40곳…도심 주택가로 들어온 노인요양원
    지난 14일 서울 반포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맞은편 신반포한신 6차아파트 단지. 이 단지는 4개동에 115㎡(35평형) 단일 규모 560가구가 살고 있다. 이 단지 내 5층 상가건물인 덕영빌딩에는 노인요양시설인 ‘0000실버빌’이 영업 중이다. 아파트 한 채당 10억원을 부르는 비싼 아파트 주민의 편의시설을 들일 상가건물이지만, 장기요양지원제도가 시행된 뒤 요양원 수요가 늘면서 2009년 10월 업종을 변경했다. 지상 2층부터 5층까지 각 층에는 2~4인실의 요양원시설이 마련돼 있다. 남향으로 지어진 병실은 환했다. 기자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층마다 거실에는 삼삼오오 노인들이 모여 점심식사 중이었다. 지하에는 물리치료실과 운동실도 갖춰져 있었다.

    보호자들은 주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주민이 대부분이었다. 보호자들의 직업도 판사, 교수, 사업가 등으로 번듯하다. 부부가 함께 들어와 2인실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도 있다. 이현숙 원장은 “배후지역이 아파트 단지이기 때문에 이곳을 찾아온 어르신과 보호자의 90%가 지역 주민”이라며 “서울 외곽의 시설에 모셨을 때는 자신이 버려졌다는 생각에 입소를 거부하는 분들이 많지만 (도심인) 이곳에서는 심리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어 환자 보호자 모두 만족한다”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부모를 맡기던 노인요양원이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울산 등 대도심 주택가에 새 둥지를 틀고 있다. 과거 요양원의 입지공식이었던 ‘공기 맑고, 경치 좋은 도시 외곽이나 전원지역’에서 자식이 자주 찾아뵐 수 있고 종합병원 등 의료시설이 가까이 있는 도심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는 것.

    도심 요양원 증가는 2008년 7월 만들어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장기요양제도)이 촉매제가 됐다. 이전 노인복지법에서는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가려면 기초생활수급자 등 특정 대상으로 제한됐다. 장기요양제도가 도입되면서 거동이 불편하거나 중증질환이 있는 노인이면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거쳐 누구나 시설 이용이 가능해졌다. 정부가 요양시설에 지원하는 금액은 노인장기요양시설의 경우 1등급(약 157만원), 2등급(약 146만원), 3등급(약 135만원)으로 개인 중증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입소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전체 요양급여의 20%에 해당하는 본인부담금(25만~30만원 선)과 식비(20만~30만원 선)를 합쳐 한 달에 55만~60만원 선이다.


    ○서울·광주 4배 급증…자식 근처 ‘소외감’ 안 느껴

    정부는 요양원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하면서 전국적으로 2008년 1800여개에서 2011년 4000여개로 두 배 이상 노인요양시설이 늘었다. 장기요양제도 도입 전 136곳에 불과했던 서울시 요양원 수는 올해 485곳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제 도심 아파트촌이나 오피스텔에서 요양시설 간판은 흔해졌다. 같은 기간 부산(74곳→163곳), 대구(43곳→121곳), 인천(80곳→113곳), 광주(49곳→238곳), 대전(41곳→80곳), 울산(29곳→47곳)도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통계청은 올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6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인구 대비 12%가 넘는다.

    이처럼 도시 외곽이 아니라 주요 대도시에 도심 요양원이 늘어나는 건 △자녀 집 근처여서 ‘버려졌다는 소외감’을 받지 않는 점 △보호자들도 언제든지 쉽게 요양원을 찾을 수 있는 점 △입소자 건강 이상시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점 등 보호자와 환자 모두 만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80대 노모가 돌아가시기 전 3년 동안 요양원에 모셨던 김모씨(46)는 “직장 근처에 요양원이 있어 틈나는 대로 찾을 수 있어 마음도 편했고 혹시 불편한 곳은 없는지 항상 살필 수 있었다”고 도심 속 요양원을 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6층 건물을 구입해 노인장기요양시설을 운영하는 박모씨(52)는 “우리 시설에 전직 대법관과 경찰서장도 입소해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보호자들이나 맡겨진 부모나 서로가 시골 요양원보다 집 가까운 요양원이어서 심리적으로 더 안정돼 보인다”고 말했다.

    중랑구의 한 요양원 원장은 “집에서 음식을 만들다가 ‘엄마가 좋아하던 건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음식을 들고 찾아와 어르신과 함께 먹는 경우도 있다”며 “보호자와 입소자 간 밀착도가 높다는 것이 소규모 도심 요양시설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주거단지로 요양시설이 들어서자 요양원 인근에 거주하는 ‘정정한’ 노인들의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기자가 찾은 서울 공릉동의 아파트 주거 단지 인근 노인요양원에는 검은색 원피스를 차려입고 화장을 곱게 한 70대 할머니가 요양원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요양보호사에게 양해를 구해 요양시설을 둘러본 뒤 “집 근처에 있길래 나도 나중에 이곳으로 오면 어떨까 하고 한 번 와본 것”이라며 “자식들에게 대소변 받으라고 할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현대판 고려장, 부실운영 등 부작용도

    노인요양원의 급격한 증가로 부작용도 만만찮다. 부모를 맡긴 뒤 이사를 가버리는 ‘현대판 고려장’ 사례도 없진 않다. 보호자들이 한두 달 이용료를 내다 연락이 두절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 서울시내 한 요양원 관계자는 “한 어르신의 보호자가 주소를 바꾸고 연락도 두절된 상태”라며 “시설 운영을 하다 보면 간혹 발생하는 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요양기관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호자 측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구재관 연성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장기요양시설의 경우 민간시설이지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검증과정에 개입하는 등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또 “방치된 노인들이 증가하면 해당 시설의 서비스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결국 이 상태가 고착화되면 소규모 민간 시설은 모두 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적격 요양원도 나온다. 한 번 입원하면 세상을 뜰 때까지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안정적 수입원을 노린 일부 사업자들이 ‘사회 사업’이라는 업계의 선의를 흐리고 있는 실정이다. 요양급여 허위 청구 사례도 부적격 요양원 실태를 보여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필요인력을 배치하지 않고 요양급여를 청구해 인력배치 기준을 위반(조사에서 법규위반 사례의 85.3%)하고, 주·야간 보호 등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제공일수와 제공시간을 늘려 청구한 위반 사례(8.4%)도 적발됐다. 건보공단이 2009년 4월부터 지난해까지 보험금 부당청구 적발 금액만 88억원에 달한다.

    이지훈/박상익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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