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랜드마크빌딩에 이어 용산개발 사업까지
용산개발 10배 규모 인천 복합도시 에잇시티도 위기


서울과 인천의 초대형 개발사업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15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상암 DMC에 133층 랜드마크 빌딩을 건립하는 프로젝트에 이어 소위 '단군이래 최대 규모'라는 용산 개발사업도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용산개발 사업은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이 지난 12일 자정까지 갚기로 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2억원을 내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채권자들과 상환 기한을 3개월 유예하기로 합의했지만 6월12일까지 이자는 물론 ABCP 원금 1조1천억원을 반납해야 해 사실상 회생이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상암 랜드마크 빌딩 건립 사업의 경우 오세훈 서울시장 재직 시절인 2009년 4월 용지 매매계약 이후 3년여간 추진됐으나 2008년 사업자 공모 후 4년 만인 지난해 6월 사업이 취소됐다.

서울시로부터 용지를 받은 서울라이트타워㈜ 측이 토지 대금을 미납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불투명해지자 서울시와 시행사 간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출자사들은 서울시에 땅값(3천600억원) 가운데 총 1천965억원을 냈지만 1천239억원만 돌려받아 이달 내 토지대반환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다.

청구소송 금액은 1천억원 내외에 달할 전망이다.

서울라이트타워측 관계자는 "땅값의 절반 가까이 냈는데 서울시가 연체료 등 각종 비용까지 떼고 1천200억원만 돌려줬다"며 "부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출자사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손배소를 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출자사들은 서울시가 땅값을 5년 동안 분납하도록 한 것을 한꺼번에 정산토록 바꿔줄 것과 부동산 경기 침체를 고려해 빌딩 층수를 낮추는 등 규모를 축소하고 주거비율을 높이는 등 사업계획 변경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계약 후 3년내 착공하지 않으면 개발지연배상금을 내도록 하는 등 독소조항도 많았다고 지적한다.

사업 관계자는 "대다수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은 건설사들이 지급보증을 해야 자금이 조달되는 형태"라며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의 부담이 컸고 사업성에도 의문성이 커져 벼랑 끝 전술로 대치하다가 사업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사업비가 4조원이 들어가는 이번 사업에는 총 25개 출자사가 2천420억원을 냈다.

교직원공제회가 최대 출자사(20%)로 참여했고 산업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하나은행, 농협 등 5개 은행도 재무적투자자(30%)로 출자했다.

인천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인천 용유·무의도 관광·문화·레저 복합도시 에잇시티(8city)도 자금난으로 사업 무산 위기에 놓였다.

에잇시티는 용유·무의도 80㎢ 면적에 2030년까지 호텔복합리조트, 한류스타랜드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가 용산개발 사업의 10배가 넘는 317조원으로, 우리나라 1년 예산안과 맞먹는 규모이다.

이 사업도 최근 자금 조달을 위한 증자 지연으로 자금난에 빠져 사업시행예정자가 사업권을 따내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행예정자인 특수목적법인(SPC) ㈜에잇시티는 사업권을 얻기 위해 작년 말까지 500억원을 증자할 예정이었으나 지금까지 한 푼도 모으지 못했다.

인천시가 오는 5월 10일까지 증자 기한을 연장해줬으나 자금을 끌어올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는 올해 1월 말 인천도시공사(100억원), 에잇시티 최대주주 캠핀스키그룹(100억원), 재무적투자자인 영국 SDC그룹(100억원), 이 사업 금융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200억원) 등이 참여해 500억원 조달하는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부채비율 300%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도시공사가 100억원의 돈을 대기란 쉽지 않고 나머지 기관들의 투자 의지도 불확실하다.

에잇시티는 인건비 등 운영비로만 초기 자본금 63억원을 썼고 현재 금융권 대출로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시와 업계 안팎에선 사업 발표 이후 4개월이 넘도록 돈 한 푼 끌어오지 못하는 에잇시티의 사업 정상화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사업 규모가 워낙 커 어려울 것으로 우려한다"며 "현재 에잇시티가 자체적으로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용유·무의도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주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시가 에잇시티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이끌어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다른 일부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사업을 해제하고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용산개발 등 대규모 사업들은 추진해본 경험이 없는 대규모 사업"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한 채 장밋빛 환상만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후유증만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인천연합뉴스) 윤선희 배상희 기자 indigo@yna.co.kreri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