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후보 마두로, 미국·야권 겨냥해 공세
야권 카프릴레스도 "협박 받아" 정부 배후 지목

내달 14일 베네수엘라에서 치러지는 대통령 재선거가 음모론과 상호 비방에 휩싸이며 혼탁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암으로 사망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은 니콜라스 마두로(51) 임시 대통령은 연일 갖가지 의혹을 쏟아내며 파상 공세를 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집권당 후보인 마두로는 전날 TV방송 연설을 통해 미국 전 행정부 관리들이 야권 통합후보로 나선 엔리케 카프릴레스(41) 주지사를 끌어내리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극우들이 주도한 계획을 적발했다면서 배후로 조지 W.부시 전 미국 행정부 시절 국무부 차관보로 일했던 오토 라이히와 로저 노리에가를 지목했다.

이들은 당시 국무부에서 중남미 담당 차관보를 연달아 맡았다.

마두로는 음모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정부가 카프릴레스 진영에 고위 관계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마두로는 11일에는 차베스의 독살의혹을 정부 차원에서 공식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배후로 미국을 거론하기도 했다.

병균을 만들어 퍼뜨리는 기술을 가진 미국이 차베스의 몸에 균을 심어 암으로 숨지게 했다는 게 '독살 의혹'의 주된 내용이다.

그는 카프릴레스가 아직 미혼인 점을 들어 '동성애' 공세를 펴기도 했다.

카프릴레스를 '어린 공주'라고 부르면서 동성애 혐오증을 드러냈다.

마두로는 야권의 비난이 쏟아지자 '성정체성'은 존중받아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대통령 후보로서 부적절한 시각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혼탁 선거전에 있어 카프릴레스 진영도 예외는 아니다.

카프릴레스를 대선 후보로 내세운 민주통합원탁회의(MUD) 측은 후보 스스로가 11일 선거관리위원회(CNE)를 찾아가 후보 등록을 하려 했지만 여러 협박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MUD 측은 믿을 만한 소식통을 인용해 선관위나 그 주변에 모종의 함정이 준비됐던 것으로 안다며 협박의 배후로 정부를 지목했다.

당일 카프릴레스의 후보 등록은 측근들이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프릴레스 진영은 차베스의 시신 공개를 연장하고 나선 마두로를 향해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투병 기간에도 대통령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속여왔다며 맹렬히 몰아붙여왔다.

야권의 공세가 극심해지자 차베스의 딸인 마리아 가브리엘라는 정부를 통해 발표한 입장에서 "가족의 죽음과 고통을 존중해달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13일 중남미에서 사상 처음으로 교황이 배출된 뒤로는 마두로의 입에서 황당무계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마두로는 수도 카라카스의 한 도서전에 참석해 사망한 차베스가 중남미 첫 교황 탄생을 위해 하늘 나라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면서 차베스를 마치 신격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