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고양 삼송지구 분양 논란…2년4개월 만에 사라진 길

"여기 좀 보세요. 길이 있으면 초등학교까지 10분이면 가는데, 길이 없으면 30분은 족히 걸리게 됩니다. 도로에 인접해 분양받은 사람은 어떻구요. 이게 사기분양이 아니고 뭡니까?"(계약자 A씨)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고양시 오금동 일대에 조성중인 '고양삼송지구 택지개발사업'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업이 지연되는데다 애당초 분양계획과는 다른 행태로 계약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 택지조성 사업은 당초 2011년 12월말 완공예정이었다. 그러나 LH는 계약자들에게 '토목공사가 덜 됐다'며 2012년 12월로 1년을 연장했다. 한 차례 연장되고도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완공하지 못한 상태다.

계약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또 있다. LH가 분양당시 약속했던 도로개설 계획을 백지화했기 때문이다. LH는 2009년 7월 분양당시 배포한 고양삼송지구 이주자택지의 공급안내 책자에 따르면, 주거전용 단독주택 단지와 삼송역과 삼송초교 사이에는 진입도로가 개설되도록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2012년 11월에 배포된 공급안내에는 도로를 개설하지 않는 것으로 표시를 수정했다.

이 도로를 통해 삼송초등학교나 삼송역까지 가는 거리는 1km 안팎에 불과하다. 때문에 대표적인 편의시설로 인식됐다. 실제 이 택지지구는 미분양이 쌓여있는 상황이지만 도로와 인접한 택지들은 분양이 완료될 정도로 좋은 입지로 평가됐었다. 그만큼 도로에 대한 장점은 분양당시에도 중요하게 부각됐다는 게 계약자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공급안내를 여러 차례 숙지한 뒤에 수차례에 걸쳐 현장답사했다"며 "지난해 현장에 가보니 도로공사가 되지 않고 있어 LH에 문의를 했더니 황당한 답이 돌아왔고, 이후의 행태도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고양사업본부는 지난해 2월 A씨의 문의에 '삼송배수지 확장공사 시 재포장 등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LH는 1년도 되지 않아 태도를 바꿨다. 공급안내 책자에서 도로를 개설하지 않는 것으로 표시를 수정하는 것은 물론 제대로된 답변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점선으로 표시된 길은 기존의 관습도로로 남겨둔다는 얘기다. 이는 별도의 아스팔트 포장없는 길을 말한다. 사실상 차량의 통행이 어려운 길이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에 LH를 '표시·광고 위반 및 사기분양'으로 신고해 놓은 상태다. 이와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허위광고 여부를 두고 피신고인(LH)을 대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H는 이에 대해 "분양당시 도로 개설을 약속하거나 분양을 안내한 사실이 없다"며 "삼송배수지 확장공사시 등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