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국내 경제 성장세가 여전히 미약한 수준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1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국내 경제는 수출이 회복 기조를 유지하고 건설투자가 소폭 증가했으나 소비 및 설비투자는 일시적 요인으로 감소함에 따라 미약한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했다"며 "고용 면에서는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설 연휴 등에 따른 임시·일용직의 감소폭 확대로 전월보다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에 대한 금통위의 인식은 지난달과 전반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미약한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금통위는 또 "앞으로 국내 경제는 유로지역의 경제활동 부진 등에 따른 세계경제의 더딘 회복세 등으로 상당기간 마이너스의 '국내총생산(GDP) 갭'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GDP갭은 잠재 GDP와 실질 GDP의 격차로 마이너스 상태는 '경기둔화' 또는 '회복'을 의미한다.

금통위는 "세계 경제의 경우 미국에서는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지속됐으나 유로지역에서는 경제활동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신흥시장국에서는 성장세가 이어지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언급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대외 경기 여건에 대한 금통위의 판단도 지난달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유로 지역의 경기 부진과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개선세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로지역의 재정위기, 미국의 재정긴축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고 성장의 하방위험이으로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물가는 현 수준보다는 높아질 전망이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를 기록, 지난달 1.5%와 비슷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1.3% 수준을 기록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수요 압력의 약화 등으로 비교적 낮게 유지될 것으로 보이나 제도적 요인에 의한 하락 효과가 일부 소멸하면서 현 수준보다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통화정책 기조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변화에도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앞으로 해외 위험요인 및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험과 이에 따른 금융·경제상황 변화를 면밀하게 점검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추도록 계속 노력하는 한편 저성장 지속으로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7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이로써 지난해 7월과 10월에 0.25%포인트씩 낮아진 뒤 다섯 달째 같은 수준을 이어가게 됐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