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들 5천여명 현지 취재…호텔 숙박료 급등 등 특수

12일(현지시간) 제266대 교황을 선출하는 첫 콘클라베를 앞두고 성 베드로 대성당 앞에는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신자들과 언론인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콘클라베에 앞서 시작하는 미사에 참석하려는 신자들로 이날 아침 일찍부터 200m가량의 긴 줄이 늘어섰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갑작스런 사임에 따른 예정에 없던 콘클라베여서 그런지 차기 교황이 누가 될지에 대해서는 현지 관계자들과 언론인들도 하나 같이 "전혀 모르겠다"로 일관했다.

지난 4년간의 사제 수업을 최근 마치고 오는 5월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예비 신부인 크리스 사일러(25)씨는 "다음 교황이 누가 될지는 오직 하느님만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네딕토 교황께 매주 말씀을 들었는데 갑작스럽게 떠나셔서 너무 놀랍고 슬펐다"면서 "하느님이 지금 교회에 꼭 필요한 적임자를 다음 교황으로 세우시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티칸에서 수련 중인 한국인 수녀인 장로사씨는 "차기 교황이 누가 될지에 관해서는 얘기가 오가고 있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알현식 때 본 베네딕토 교황님의 모습이 너무 따뜻했고 마지막까지도 교회를 걱정하는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충분히 기도하고 내리신 그분의 결단을 모두가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 앞에는 방송사들의 부스가 마련돼 교황 선출 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독일 제1 공영 방송사인 ARD의 헬게 뢸퍼 기자는 "전 세계에서 5천명 이상의 언론인들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독일에서만 기자들이 최소한 100명 이상은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도무지 차기 교황이 누가 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성당 주변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수백명의 경찰관들이 곳곳에 배치돼 사람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웠다.

한 경찰관은 "보안상 얼마나 많은 병력이 투입됐는지는 얘기할 수 없지만,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쪽에는 임시 병원 진료실 텐트가 세워졌고, '시민 보호 서비스'라는 단체의 자원 봉사자들이 나와 외부인들의 도움 요청에 응했다.

바티칸은 예상에 없던 콘클라베로 호텔 숙박료가 몇 배로 뛰고 식당 마다 손님들이 북적 거리는 등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콘클라베 때 만큼은 열기가 뜨겁지 않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베드로 성당 앞 콜럼버스 호텔의 지배인인 알렉산드라씨는 "콘클라베 일정이 잡히고 나서 30분 내에 모든 방이 동났다"면서 "다음주까지 빈 방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평소 하루 숙박료가 200-300유로인 호텔이 1천 유로 안팎까지 오른 곳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 2005년 콘클라베 때는 이미 1개월전부터 방이 예약됐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훨씬 많았다"면서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일정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바티칸시티연합뉴스) 박창욱 특파원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