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관심을 끄는 소재 중 하나가 콘클라베다. 콘클라베란 제목의 소설만 해도 100편이 넘는다. ‘로마인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나 ‘다빈치코드’의 댄 브라운도 콘클라베를 다룬 책을 펴냈다. 특히 콘클라베를 둘러싼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는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인기를 끌었다. 콘클라베의 미스터리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요소를 두루 갖췄다.

콘클라베(conclave)는 자물쇠로 잠긴 방을 뜻하는 라틴어 쿰클라비(cum clavi)에서 파생된 말이다. 고대 로마시절 가톨릭 교황은 성직자와 평신도가 뽑았다. 1059년부터는 추기경단이 교황을 선출했지만 그때마다 잡음이 일었다. 특히 1268년 교황 클레멘스 4세가 선종한 후 15명의 추기경이 로마에서 85㎞ 떨어진 비테르보에 모여 투표했지만 18개월간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했던 일은 유명하다.

화가 난 비테르보 시장이 추기경들이 모여있던 교회의 지붕을 뜯어내고 빵과 물만 공급했다고 한다. 2명의 추기경이 죽고 1명이 병이 나자 할 수 없이 이들은 새 교황 그레고리오 10세를 선출했다. 교황 선출의 어려움을 경험한 그레고리오 10세는 1274년 리옹 공의회에서 추기경들을 한 방에 넣고 새 교황을 선출할 때까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만들어 공포했다. 이것이 콘클라베의 기원이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리는 콘클라베는 추기경들의 비밀 투표로 진행되며 첫날에는 1회만 개최되지만 둘째 날부터는 오전, 오후 두 번씩 열린다. 투표자 3분의 2의 득표를 얻어야 새로운 교황으로 확정되는 전통을 유지해 왔지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96년부터 과반 득표자도 교황으로 선출할 수 있도록 했다.

새 교황이 선출되면 투표용지를 태워 성당 굴뚝으로 흰 연기를 피워 올려 이를 알린다. 선출되지 않을 경우에는 검은 연기를 피운다. 20세기 이후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가 소집된 것은 모두 9차례이며 평균 개회기간은 3일이었다.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가 다음주에 시작될 것이라는 보도다. 4일 오전 바티칸에서는 콘클라베 준비를 위한 첫 추기경단 회의가 열렸다. 115명의 추기경 중 이미 103명이 로마에 도착했다고 한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콘클라베다. 이를 통해 선출된 교황은 명분과 힘을 동시에 갖게 된다. 한국 정치권이 정부조직법 개정 관련 여야 대립으로 난맥상이다. 여야 대표가 합의를 볼 때까지 국회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아예 감금해버리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