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놓은 이번 한강 생태복원 계획은 인위적인 개발보다는 ‘보존’과 ‘복원’에 초점을 맞춘 것이 핵심이다. 전임 시장이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인위적인 개발 및 활용에 그쳐 전시성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시민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홍수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향후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올해 여의도 등 네 곳에 한강숲 조성

시는 생태복원구역으로 지정한 8개 권역 중 우선 올해부터 여의도(요트 마리나), 잠원(한남대교 남단), 잠실(잠실나들목), 탄천 합류부에 한강숲을 조성하기로 했다. 탄천에는 4만1000그루, 나머지 세 곳엔 각각 3만3000그루의 나무가 식재된다.

한강 둔치에 있는 콘크리트 호안은 철거되고 자연 호안이 들어선다. 자전거 도로는 부분적으로 우회된다. 시는 자연 호안 조성을 통해 모래톱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진·포·나루 등이 있던 마포, 노량진 등은 생태복원구역과 연계해 역사경관 복원구역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시는 한강 양안의 강변도로가 도심과 수변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판단, 중장기적으로 강변도로를 부분적으로 우회 또는 지하화하기로 했다.

이번 계획에 소요되는 총 사업비는 확정되지 않았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약 6000억원이 소요됐다. 이번 계획은 세빛둥둥섬 등을 조성한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달리 자연성 회복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훨씬 적은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한강을 되돌려 놓는 데는 돈이 들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가야될 길은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한강시민공동체그룹’을 설립해 총괄 관리하기로 했다.

◆시민들 동의 여부가 성공 관건

한강시민위원회에 참여한 박창근 관동대 교수와 한봉호 서울시립대 교수, 조명래 단국대 교수 등이 계획수립을 주도했다. 시는 이번 계획이 성공하려면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 시장은 계획 보고자리에서 “시민들이 한강을 이용하는데 일종의 이해관계가 있다”며 “반대하는 시민들을 잘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안팎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 간부는 “이번 계획을 추진한 전문가들이 지나치게 생태복원에만 초점을 뒀다”며 “시민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계획 수립에 참여한 한 교수는 “한강 시설물을 주도적으로 이용하는 시민들은 반대하겠지만 대다수 일반 시민들은 찬성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한강 복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강 수중보 철거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시의 고민거리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보를 허무는 것에 대해 언론이 공격적”이라며 “어느 것이 진실인지를 용역 결과에 따라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가하천 관리부처인 국토해양부의 동의를 얻는 것도 관건이다. 국토부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보 철거 등을 통한 복원에 대해선 홍수 피해를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