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기성용(24·스완지시티)이 소속팀의 첫 리그컵 우승을 견인하며 영국 무대에서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다.

기성용은 2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경기장에서 열린 브래드퍼드시티와의 캐피털원컵 결승전에서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해 62분여를 뛰며 팀의 5-0 대승과 리그컵 우승에 주역이 됐다.

지난해 8월 스완지시티 입단으로 잉글랜드 무대를 밟은 기성용은 데뷔 시즌에 핵심 멤버로 자리 잡으며 소속팀의 창단 이후 첫 리그컵 우승을 이끌었다.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 가운데에 정규리그와 FA컵, 리그컵 등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한 선수는 박지성(32·퀸스파크레인저스)에 이어 기성용이 두 번째다.

'1호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영국 무대에 데뷔한 2005-2006 시즌 위건과의 리그컵(당시 칼링컵) 결승전에서 풀타임을 뛰며 한국 선수로 첫 우승을 기록했다.

박지성은 이후 2010년 애스턴 빌라와의 칼링컵 결승에서도 활약하며 맨유의 우승을 이끌었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4차례 우승을 맛봤다.

박지성 뒤로 많은 한국 선수가 잉글랜드 무대를 밟았지만 정상에 오르는 모습은 열 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인 기성용에 이르러서야 다시 볼 수 있었다.

이날 리그컵 우승은 기성용이 2009년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로 유럽 무대에 데뷔한 이후로는 세 번째로 들어 올린 우승컵이기도 하다.

기성용은 셀틱 시절인 2010-2011 시즌 스코티시컵, 2011-2012 시즌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한 차례씩 경험했다.

이날 리그컵 결승은 기성용이 팀의 핵심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성용은 평소 주로 뛰던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 대신 중앙수비수로 나서 부상으로 빠진 치코 플로레스의 공백을 충실히 메웠다.

큰 대회 결승전에서 모험이 될 수도 있는 선택이었지만 미카엘 라우드루프 감독은 다른 백업 수비수 대신 기성용에게 수비의 중심을 맡겼다.

스완지시티 입단 후 정확한 패스와 킥, 위력적인 중거리 슈팅 등을 무기로 팀의 키 플레이어로 입지를 다진 기성용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었다.

기성용은 브래드퍼드시티의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하며 이런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전반 37분 몸을 사리지 않고 태클로 상대 돌파를 저지해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고 후방에서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에 물꼬를 트는 역할까지 해내는 등 안정감 있는 활약을 펼쳤다.

기성용은 또 이날 우승으로 생애 두 번째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리그에서 뛸 기회도 얻었다.

2011-2012 시즌 스코틀랜드 셀틱 시절 한차례 유로파리그를 경험했던 기성용은 프리미어리거로서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하게 되면서 또 한차례 도약을 예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