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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 인물탐구]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2층까지 올린 건물도 흠 보이면 부수는 '원칙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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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 뚫고 주택공급 3위…'공사판 신화'를 짓다

    '노가다판' 땀냄새에 반한 청년
    함께 일한 인부들과 건설사 창업…"내가 살 집 건설" 45년 한우물

    책상엔 '3년 현금 흐름표'
    돌다리도 두드린다 원칙경영…매일 수입·지출 내역 점검

    몸에 걸친 물건은 모두 '골동품'
    안전모·유니폼 20년씩 입지만
    광주 뿌리기업…지역공헌은 '팍팍'

    중흥건설의 대약진은 지난해 주택건설업계를 뒤흔든 ‘일대 사건’이었다. 시공능력순위 77위에 불과한 지역건설사가 내로라하는 대형건설사들을 제치고 당당히 주택공급 최상위권에 올라선 것. 중흥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에서 9600여가구를 분양해 ‘중흥 S-클래스’란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이 같은 공급 실적은 대우건설(1만7000여가구), 현대산업개발(1만100여가구)에 이은 3위.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등 주택건설 명가들도 중흥의 ‘질주’를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봐야 했다.

    중흥의 ‘돌풍’ 뒤에는 정창선 회장(71)이 있었다. 그는 ‘한 우물만 판다’는 철칙을 고수하고 있다. 1970년대 초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청년 시절, 속칭 ‘노가다판’에서 잔뼈가 굵은 인부들과 함께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새긴 원칙이다. “그 당시 공사판에서 땀흘리던 인부들에게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좋았습니다. 당당히 제 몫을 해나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냄새였죠. 자신만의 분야에서 실력을 쌓고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생’을 배웠습니다. 저도 건설 분야에서는 최고가 되고 싶었고, 나중에 반드시 건설사를 세우겠다는 꿈도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공사판 청년, 정창선은 건설현장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함께 1983년 중흥주택이란 회사를 세웠다. 6년 뒤 설립한 중흥건설의 모태다. “45년간 건설업계에 있었습니다. 공사현장에 있을 때 저는 어깨에 짊어진 벽돌과 시멘트의 무게가 건물에 입주할 사람들의 안전과 비례한다는 생각으로 일했습니다. 지금도 맘속에 새기고 있는 경영철학입니다.”

    ○‘자린고비형’ 자금관리

    정 회장의 책상 위엔 언제나 회사의 ‘36개월짜리 현금흐름표’가 붙어 있다. 3년간의 자금 계획을 미리 짜고 3개월마다 이를 확인하고 있다. 매일의 수입과 지출 내역도 직접 점검한다. 요즘같이 건설경기가 침체돼 있는 때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는 생각으로 따져보고 다시 따져본다.

    “내실경영의 핵심은 자금관리입니다. 비업무용 자산은 사지 않고, 보증은 서지 않으며, 적자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는 수주하지 않는다는 ‘3불(不)’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는 중흥건설이 지난해 아파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도 이 같은 자금관리로 회사 경영을 이어온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한때 승승장구했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자금관리를 하다 한순간에 망한 기업을 많이 봐왔다”며 “중흥은 사업계획을 짠 뒤 자금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자금관리에 따라 사업계획을 세운다”고 말했다.

    아파트 입지를 고를 때도 철저한 분석을 먼저 한다. 무리하게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하지 않고, 많은 이익보다는 적지만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것도 정 회장 스타일이다. 이 같은 ‘자린고비형’ 자금관리와 경영 계획으로 주택 경기 침체에도 안정적 성장을 이어갔다는 설명이다.

    ○수시로 현장 점검

    정 회장은 검소하기로 유명하다. 자수성가형 최고경영자(CEO)가 그렇듯 신고 있는 구두, 유니폼, 현장 안전모 등 그가 몸에 걸친 물건들은 모두 ‘골동품’ 수준이다. 10년은 기본이고 20년 된 물건도 적지 않다. “어릴 적부터 없이 자랐기 때문에 사치와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습니다. 웬만한 건 다 헐어 떨어질 때까지 걸쳐야 직성이 풀립니다.”

    검소함과 함께 그가 중시하는 CEO의 덕목은 현장 경영이다. 정 회장은 2011년 발간된 책 ‘나는 최고의 일본 무역상이다’를 소개하며 그의 현장 경영을 소개했다. “이 책의 저자 황동명 씨는 장사와 사업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미래에 대한 명확한 계획과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장사는 돈을 목적으로 하지만 사업은 자신만의 경영철학에 따라 장기적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현장은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고객의 요구가 생생히 드러나는 곳입니다.”

    그는 저자의 말대로 장사가 아닌 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정 회장이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것도 이 같은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모든 사업은 ‘현장에서 시작해 현장에선 끝낸다’는 초심을 지키려 노력한다고 했다.

    올해 중흥건설의 브랜드 ‘중흥S-클래스’를 10대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전략도 현장 경영을 통해 얻은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특별히 광고하지 않아도 ‘중흥S-클래스’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살기 좋은 아파트에서 지낸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제가 공사판 인생부터 시작했기 때문인지 현장에 특히 애착이 갑니다. 현장에선 모든 문제점과 해결점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정 회장은 ‘흠결 제로(0)’ 아파트를 위해서라도 현장 경영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내 가족이 거주할 집’이라는 생각으로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사업 초기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치면 1~2층이 올라갔더라도 부수고 다시 건물을 짓기도 했다. 중흥주택을 설립하기 1년 전인 1982년 11월엔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정률 30%였던 연립주택 2개 동을 불도저로 밀어버렸다. 날씨가 너무 추워 타설된 콘크리트 벽에 조그마한 균열이 곳곳에 생겼기 때문이다.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건물을 지은 후 약간의 보수공사만 하면 된다”는 직원들의 만류에도 “우리가 살 집이라면 이런 사소한 하자라도 그냥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개발 사업에 운도 따라줘

    정 회장은 부지런함으로도 소문나 있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눈을 뜬다. 공사판에 나가던 청년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정 회장의 개발사업엔 운도 따랐다. 2008년 순천 신대지구 택지개발을 할 당시에는 공동사업을 하기로 했던 건설사 한 곳이 중도에 포기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할 수 없이 중흥건설은 99%의 지분(나머지 1%는 지방자치단체 지분)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택지 매각을 위해 2년여간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떤 건설사도 사겠다고 나서는 곳은 없었죠. 결국엔 ‘차라리 우리가 모든 택지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에 나서자’는 생각에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아파트를 분양한 게 대박을 터뜨렸죠. 신대지구 주변에 각종 개발계획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몰렸고, 현재 5차까지 7000가구 이상을 성공적으로 분양했습니다.” 회사에 재정적인 위기감을 줬던 사업이 오히려 효자 역할을 한 셈이다.

    ○채용 때 지역 출신 우대

    정 회장은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다. 중흥건설이 광주 토종업체로서 지역 사회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도 정 회장의 고향 사랑과 무관하지 않다. “갈수록 지방 투자가 줄어들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이 지역사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크진 않지만 광주시 체육회 활동을 해왔고, 지역문화재단과 프로축구팀도 지원했습니다. 주택전시관 개관 행사 때는 화환 대신 받은 쌀을 소외계층에 전달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직원을 채용할 때 지역대학 출신자를 우대한다.

    “올해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회사 브랜드를 더욱 강화하는 것입니다. 중흥건설이 명품 아파트, 명품 브랜드로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도록 할 계획입니다. 중견업체도 대기업에 뒤지지 않고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습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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