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끄기보다 어떤 프로그램 보는지가 중요"

미국 시애틀에 사는 작가 낸시 젠슨의 딸은 3살밖에 안 됐지만 성인용 코미디 애니메이션 '킹 오브 더 힐'을 좋아했다.

그러다 젠슨은 아동 실험에 참가하게 돼 딸에게 협동적 팀플레이와 우정 등 주제를 다룬 유아용 프로그램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제 6살이 된 딸은 선생님으로부터 남을 배려한다는 칭찬을 받는다.

젠슨은 딸이 전에 좋아했던 TV 성인 프로그램이 "정말 웃겼지만 돌이켜보니 3살짜리에겐 매우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취학 연령 이전의 어린 아이들에게 폭력행위를 묘사한 TV 프로그램을 제한하고 공감을 유도하는 교육적 프로그램을 자주 보게 했더니 공격성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시애틀아동연구소와 워싱턴대의 연구자들은 3∼5세의 아이가 있는 565쌍의 부모를 두 무리로 나눠 실험했다.

실험군 부모들은 다른 이를 도우며 폭력 없이 갈등을 해결하고 공감을 보여주는 내용의 TV 프로그램을 아이에게 보여주도록 권유받았다.

또 아이들과 함께 TV를 보면서 갈등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을 물어보라는 조언도 받았다.

6개월이 지나 실험군 부모들은 대조군보다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 드러내는 공격성이 줄었으며 자녀의 사회적 능력이 더 높아졌다고 답했다.

저널 '소아과학'에 실린 이번 연구 논문의 주저자 디미트리 크리스타키스 워싱턴대(소아과학) 교수는 "부모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TV를 끄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채널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토머스 로빈슨 스탠퍼드대 소아과학과 교수는 "잠재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실험"이라면서 "아이들에게 공격적인 프로그램을 덜 보고 친사회적 프로그램을 더 보여주면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비슷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던 제이미 오스트롭 버팔로대(심리학) 교수는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TV를 보면서 TV에 나오는 갈등에 관해 이야기하라고 추천했다.

예를 들어 형제·자매끼리 싸우면서 고함을 지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분명히 가르쳐주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하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다.

이어 아이가 나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보게 하라고 권했다.

3살짜리 아이가 4살 이상 아동의 시청을 권장한 PBS의 '아서'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형제간의 다툼만 기억하고 나중에 화해하는 부분은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