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 예정 공식·비공식 경기 줄줄이 취소

비장애인 육상선수 틈에서 더욱 빛난 그의 경기용 의족 '블레이드'를 다시 보지 못하게 될까.

여자친구 살해 혐의를 받는 '의족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7·남아프리카공화국)가 대회 출전 계획을 취소하고 있다.

피스토리우스의 에이전트인 피트 반 쥘은 AP와의 인터뷰에서 피스토리우스가 출전할 예정이었던 경기를 대거 취소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에이전트가 가장 먼저 취소한 경기는 코앞에 닥친 호주 경기다.

피스토리우스는 다음달 9일 호주 퍼스, 16일 시드니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었다.

이 대회를 통해 오는 8월 열리는 2013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 자격 획득을 노릴 터였다.

피스토리우스는 2년 전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절단 장애인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비장애인과 함께 메이저 육상 대회의 트랙을 달리는 역사를 썼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의 주종목인 400m에 출전하려면 45초25의 기준 기록을 통과해야 했다.

비장애인 틈에서 출전한 소규모 대회에서 몇 차례 기준 기록 통과에 실패한 그는 당시 대구 대회를 한 달쯤 앞두고 출전한 이탈리아 대회에서 종전 최고기록(45초61)을 0.54초나 앞당긴 45초07을 기록,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 피스토리우스의 개인 최고기록으로 남았다.

피스토리우스는 대구에서 남아공 1,600m계주 팀의 일원으로 참가,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이후 2012 런던올림픽 육상 종목에도 출전, 장애인도 비장애인 못지않은 성취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몸으로 직접 보였다.

비장애인 올림픽 육상 트랙 무대에서 절단 장애인이 달린 것은 피스토리우스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살인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돼 재판을 받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2013 모스크바 육상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한 기준기록 자체를 통과할 기회가 사라진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진다.

피스토리우스의 에이전트 반쥘은 피스토리우스가 공식 경기 외에도 이벤트 경기를 취소했다고 덧붙였다.

피스토리우스는 다음 달 31일 열릴 예정이었던 브라질의 의족 러너인 알란 올리베이라와의 200m 직선 주로 이벤트 경기를 취소했다.

알란 올리베이라는 2012 런던 패럴림픽 육상 남자 T44(절단 및 기타 장애) 200m 경기에서 피스토리우스에게 패배를 안긴 인물이다.

이 경기 전까지만 해도 런던 패럴림픽이 피스토리우스의 독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출전한 4경기(100m, 200m, 400m, 400m계주) 중 첫 경기였던 200m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피스토리우스는 당시 "올리베이라의 의족이 나보다 길어서 더 유리했다"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가 사과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런던 패럴림픽 100m에서 피스토리우스를 제압한 영국의 장애인 육상 스타 조니 피콕과의 150m짜리 이벤트 경기 역시 취소됐다.

이런 이벤트 경기들은 2016년 리우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알리려고 기획된 것이다.

에이전트 반쥘은 "400m 공식 경기 예닐곱 개와 이벤트 경기들을 모두 취소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junm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