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과 날줄] 걷기여행과 버스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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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세운 곳까지 가야하는 트레커
무료로 발이 되어주는 버스회사
인정 넘치는 바우길 걷기의 묘미
이순원 < 소설가 sw8399@hanmail.net >
무료로 발이 되어주는 버스회사
인정 넘치는 바우길 걷기의 묘미
이순원 < 소설가 sw8399@hanmail.net >
요즘도 나는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고향 강원도로 간다. 벌써 4년째의 일이다. 그곳에 나를 부르는 자연이 있고, 산과 강과 바다와 들과 함께하는 트레킹 트레일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4년 동안 대관령에서부터 경포대와 주문진, 정동진에 이르기까지 18개 구간 총 연장 280㎞의 걷는 길을 고향사람들과 함께 탐사했다. 걷는 길 이름을 ‘바우길’로 정한 것도 ‘바우’라는 말이 갖는 지역적 특색 때문이었다. 강원도와 강원도 사람을 친근하게 부를 때 ‘감자바우’라고 부르듯 바우길 역시 강원도의 산천답게 인간 친화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트레킹 코스라는 뜻으로 그런 이름을 붙였다.
사실 걷는 것은 그다지 효과적인 여행법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동안 이동하는 거리의 90% 이상을 자동차에만 의존하다 보니 새로운(그러나 예부터 조금도 새롭지 않은) 스포츠 레저로 걷기운동이 다시 주목받게 되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걸을 것이면 풍광 좋은 자연 속의 들길과 숲길을 걷자고 여러 군데 자연탐방로들이 생겨났다. 내가 주말마다 찾아가는 ‘바우길’ 역시 그런 걷는 길 중 하나다.
바우길은 이미 4년째 한 주일도 거르지 않고 매주 토요일 외지에서 찾아오는 도보여행자들과 지역 시민들이 함께하는 ‘바우길 정기 걷기’를 실시하고 있다. 1년에 50회 이상 걷기행사를 하는 것이니 지금까지 200회도 넘었다. 18개 코스를 하나씩 돌아가면서 하다 보니 매주 참석한다 해도 같은 길을 다시 걷는 것은 세 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계절이 달라지면 길의 풍경이 달라지고, 함께 걷는 사람들의 얼굴이 달라지면 길을 걸으며 나누는 대화도 달라 늘 새로운 길을 걷는 느낌이다.
걷는 여행은 처음부터 불편함을 내 몸으로 받아들이는 여행이다. 불편함이 주는 여유도 있고, 자연의 아름다움도 있다. 그래도 가장 큰 문제는 처음 걷기여행의 출발 장소로 이동하는 일과 길을 다 걸은 다음 자동차를 세워둔 처음 장소로 돌아가는 일이다. 정기 걷기 모임에 참석하는 여행자들과 시민들도 가장 신경쓰는 것이 처음 자동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다. 보통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이것이 서로 시간이 잘 맞지 않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마냥 기다리다가 낯선 곳에서 해가 저물기도 한다. 4년 동안 정기 걷기를 하며 가장 불편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것을 최근 강릉의 한 버스회사가 자발적으로 해결해주었다. 바우길 정기 걷기를 할 때마다 예상 도착시간에 맞추어 버스가 나와 있다. 그러면 걷기 여행자들이 그 버스를 타고 처음 자동차를 세워 두웠던 출발장소로 돌아간다. 바우길 정기 걷기에 참여하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버스회사에서 일부러 그렇게 차량을 지원하는 것이다. 바우길 정기 걷기 지원 차량은 버스비조차 받지 않는다. 바우길 탐사대가 시민의 건강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버스회사 역시 시민들의 자발적 걷기행사를 봉사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매주 달라지는 코스마다 시간을 맞추어 자동차가 나온다.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보면 사람들의 얼굴이 그렇게 흐뭇할 수 없다. 그것은 그냥 단순히 편리함에서 오는 흐뭇함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한 버스회사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탐사해 세상에 내놓은 바우길 정기 걷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어떤 뿌듯함에서 오는 긍지와도 같은 흐뭇함이다.
고향에 바우길이라는 걷는 길을 처음 생각하고 탐사하는 데 앞장선 나는 아직 그 버스회사에 가보지도 못하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버스회사 사장님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른다. 직접 찾아가 고맙다는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아직 그러지 못해 이 지면을 통해 먼저 인사드린다. 강릉 동진버스 회사 사장님, 그리고 매주 바우길 지원을 나오시는 기사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는 우리 고향에 이런 버스회사가 있다는 게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바우길의 훈훈한 인정으로 늘 안전운행하시길 바랍니다.
이순원 < 소설가 sw8399@hanmail.net >
지난 4년 동안 대관령에서부터 경포대와 주문진, 정동진에 이르기까지 18개 구간 총 연장 280㎞의 걷는 길을 고향사람들과 함께 탐사했다. 걷는 길 이름을 ‘바우길’로 정한 것도 ‘바우’라는 말이 갖는 지역적 특색 때문이었다. 강원도와 강원도 사람을 친근하게 부를 때 ‘감자바우’라고 부르듯 바우길 역시 강원도의 산천답게 인간 친화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트레킹 코스라는 뜻으로 그런 이름을 붙였다.
사실 걷는 것은 그다지 효과적인 여행법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동안 이동하는 거리의 90% 이상을 자동차에만 의존하다 보니 새로운(그러나 예부터 조금도 새롭지 않은) 스포츠 레저로 걷기운동이 다시 주목받게 되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걸을 것이면 풍광 좋은 자연 속의 들길과 숲길을 걷자고 여러 군데 자연탐방로들이 생겨났다. 내가 주말마다 찾아가는 ‘바우길’ 역시 그런 걷는 길 중 하나다.
바우길은 이미 4년째 한 주일도 거르지 않고 매주 토요일 외지에서 찾아오는 도보여행자들과 지역 시민들이 함께하는 ‘바우길 정기 걷기’를 실시하고 있다. 1년에 50회 이상 걷기행사를 하는 것이니 지금까지 200회도 넘었다. 18개 코스를 하나씩 돌아가면서 하다 보니 매주 참석한다 해도 같은 길을 다시 걷는 것은 세 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계절이 달라지면 길의 풍경이 달라지고, 함께 걷는 사람들의 얼굴이 달라지면 길을 걸으며 나누는 대화도 달라 늘 새로운 길을 걷는 느낌이다.
걷는 여행은 처음부터 불편함을 내 몸으로 받아들이는 여행이다. 불편함이 주는 여유도 있고, 자연의 아름다움도 있다. 그래도 가장 큰 문제는 처음 걷기여행의 출발 장소로 이동하는 일과 길을 다 걸은 다음 자동차를 세워둔 처음 장소로 돌아가는 일이다. 정기 걷기 모임에 참석하는 여행자들과 시민들도 가장 신경쓰는 것이 처음 자동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다. 보통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이것이 서로 시간이 잘 맞지 않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마냥 기다리다가 낯선 곳에서 해가 저물기도 한다. 4년 동안 정기 걷기를 하며 가장 불편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것을 최근 강릉의 한 버스회사가 자발적으로 해결해주었다. 바우길 정기 걷기를 할 때마다 예상 도착시간에 맞추어 버스가 나와 있다. 그러면 걷기 여행자들이 그 버스를 타고 처음 자동차를 세워 두웠던 출발장소로 돌아간다. 바우길 정기 걷기에 참여하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버스회사에서 일부러 그렇게 차량을 지원하는 것이다. 바우길 정기 걷기 지원 차량은 버스비조차 받지 않는다. 바우길 탐사대가 시민의 건강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버스회사 역시 시민들의 자발적 걷기행사를 봉사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매주 달라지는 코스마다 시간을 맞추어 자동차가 나온다.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보면 사람들의 얼굴이 그렇게 흐뭇할 수 없다. 그것은 그냥 단순히 편리함에서 오는 흐뭇함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한 버스회사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탐사해 세상에 내놓은 바우길 정기 걷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어떤 뿌듯함에서 오는 긍지와도 같은 흐뭇함이다.
고향에 바우길이라는 걷는 길을 처음 생각하고 탐사하는 데 앞장선 나는 아직 그 버스회사에 가보지도 못하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버스회사 사장님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른다. 직접 찾아가 고맙다는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아직 그러지 못해 이 지면을 통해 먼저 인사드린다. 강릉 동진버스 회사 사장님, 그리고 매주 바우길 지원을 나오시는 기사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는 우리 고향에 이런 버스회사가 있다는 게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바우길의 훈훈한 인정으로 늘 안전운행하시길 바랍니다.
이순원 < 소설가 sw8399@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