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등 새로운 제도 설계 절실
김상열 음악학박사·칼럼니스트
수노(SUNO), 유디오(Udio) 등 대표적인 생성형 AI 작곡 플랫폼은 멜로디와 화성, 편곡은 물론 가사까지 포함한 음악을 단시간에 완성해 제공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아이디어 스케치나 데모 제작 도구로 인식되던 AI 음악은 이제 별도 후반 작업 없이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결과물로 진화했다. 이런 변화는 음악 창작의 진입 장벽을 급격히 낮췄고, 유튜브와 틱톡 같은 뉴미디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AI로 생성된 음악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변화는 작곡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I는 기존 음악가들의 연주를 학습해 한때 가상악기의 한계로 여겨지던 현악기 연주나 보컬 표현에서도 점점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의 자연스러움을 구현해내고 있다. 이는 음악 소비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음악을 ‘누가, 어떻게 만드는가’라는 산업 구조 전반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런 상황은 과거 음악산업이 겪은 기술적 전환과도 닮아 있다. 소리바다와 냅스터로 대표되는 MP3와 파일 공유 서비스, 벅스뮤직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은 기존 음악산업의 질서를 흔들었고, 당시 음악은 ‘공짜가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했다. 그러나 음악은 사라지지 않았고 음악산업의 유통 구조와 수익 모델, 음악가의 역할이 변화하며 새로운 산업 환경이 형성됐다. 다만 과거의 변화가 주로 소비 방식의 전환이었다면 AI 음악은 생산 주체와 창작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현재 AI 음악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기술의 완성도가 아니라 저작권 문제에 있다. 현행 저작권법은 창작의 주체를 ‘인간’으로 전제하고 있어 인공지능이 생성한 음악의 권리 귀속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학습 데이터로 활용된 기존 음악의 저작권 문제, AI 음악 플랫폼 기업과 이를 활용한 사용자, 기존 창작자 간의 관계는 아직 제도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과도기적 상황에 놓여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K팝, K드라마 등을 중심으로 콘텐츠산업 전반에서 저작권의 가치가 강조되고 있는 한국에서 더 민감한 사안이다. 한국은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통해 국가 경쟁력과 소프트파워를 확장해 왔지만,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창작의 기준과 저작권 제도는 여전히 기존 체계에 머물러 있다.
AI 음악은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의 기준 자체를 다시 묻게 만든다. 과거 라디오의 대중화 이후 저작인접권이 도입되며 음악산업이 새로운 균형을 찾았듯, AI 음악 역시 기술의 발전을 전제로 한 제도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AI 기술을 억제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산 구조 속에서 창작자의 권익을 어떻게 보호하고 산업 발전에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기준과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는 규제가 아니라 방향성을 설정하고 창작의 정의와 산업 구조, 소비 등에서 사회적 합의를 조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