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절세상품 활용 못하면 세금폭탄…금융소득 분산하고 증여 고려를"
“요즘은 세제가 어떻게 바뀌는지 파악하고 대비하는 게 재테크의 기본인 시대가 됐습니다.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절세형 금융상품을 활용하지 않고 금융소득을 분산하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신한은행 투자자문부 세무팀 소속 전문가들이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투자자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강대석 팀장을 비롯한 9명의 세무팀원들은 모두 세무사다. 이들은 올초부터 하루에 5명의 대면 상담, 100여통의 유선상담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는 날을 보내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로 은행 정기예금에서 빠져 나와 어디에다 돈을 굴려야 할지를 묻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지난 8일 만난 신한은행 세무팀 소속 세무사들은 우선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내고 꼼꼼하게 세제 변경안을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일단 이자나 배당소득이 발생하면 15.4%(종합소득세 14%, 지방소득세 1.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런데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되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선 다른 종합소득(부동산임대·사업·근로·연금·기타소득)과 합산 과세된다. 즉 다른 종합소득이 많을수록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이 늘어나는 체계를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고수에게 듣는다] "절세상품 활용 못하면 세금폭탄…금융소득 분산하고 증여 고려를"
이재찬 차장은 “다른 종합소득이 전혀 없고 금융소득만 발생한다면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연간 금융소득이 7700만원을 넘지 않으면 금융소득을 지급받을 때 내는 15.4%의 세금 외에는 추가로 낼 세금이 없다”고 설명했다.

세무팀 전문가들은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들의 경우 건강보험료가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종전까지 금융소득자가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재돼 있었다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 건강보험료 납부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과세 기준 강화에 따라 기준금액에 해당되면 피부양 자격을 잃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예를 들어 전업 주부의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넘으면 남편과 별도로 지역가입자로 새로 편성돼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김치범 과장은 “건강보험료를 별도로 내야 하는 금융소득 기준금액이 지금은 4000만원이지만 보건복지부가 연내 기준 금액을 더 낮출 수 있다”며 “지금보다 건강보험료가 더 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무팀이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전화 문의 중 하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면 세무조사를 받느냐’는 질문이다. 3년짜리 정기예금이나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펀드(ELF) 등 장기 금융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금융소득이 한꺼번에 발생할 경우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어서다.

세무사들은 세무조사와 전혀 상관없다고 잘라 말한다. 강 팀장은 “세무조사는 보통 본인의 소득 증가액보다 부동산, 예금 등 자산 증가액 및 신용카드·현금영수증 지출액 등이 지나치게 큰 경우에 이뤄진다”며 “소득이 전혀 없는 미성년자나 전업 주부 명의로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 등을 제외하면 세무조사를 받을 일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세무사들은 자산가들의 절세 방안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장기 저축성보험, 국내 주식형펀드, 물가연동국채 등 절세형 금융상품에 가입해 과세 대상인 금융소득을 줄이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금융소득 발생을 연도별로 최대한 분산할 수 있는 금융상품에 가입하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면 만기지급식 ELS에 가입하기보다 월지급식 ELS에 가입해 금융소득을 분산하는 식이다. 세 번째로는 종합소득세뿐만 아니라 상속세까지 줄이기 위해선 소득 발생이 거의 없는 가족들에게 현금 증여를 하는 방법을 권했다.

10년간 배우자는 6억원, 성인 자녀는 3000만원, 미성년 자녀는 1500만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박상철 차장은 “나중에 상속세를 내야 할 정도의 자산가에 해당된다면 증여세를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증여를 해놔야 절세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금융소득을 분산하기 위한 가족 간 차명거래는 어떨까. 유병창 과장은 “올해부터 상속·증여세법에 차명 금융거래 때 증여로 추정하는 규정이 신설됐다”며 “가족 간 차명거래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