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로 ‘골프 이민’을 떠난 10대 소녀들이 호주 골프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호주 교포인 오수현(17)은 3일 호주 퀸즐랜드주 골드코스트의 로열파인스리조트(파72·6512야드)에서 열린 유러피언레이디스투어 ‘볼빅 RACV 호주레이디스 마스터스’(총상금 20만3021유로) 마지막 날 1언더파 71타를 기록, 최종합계 11언더파 205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오수현은 전날 이글 1개와 버디 6개로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며 미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수석 합격자인 아리야 주타누가른(태국)과 합계 10언더파로 공동 선두에 올랐다. 오수현은 최종라운드 11번홀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며 아마추어 우승을 노렸으나 12번홀(파5)에서 3번째샷이 그린을 벗어나면서 불운이 찾아왔다. 오수현은 4번째샷을 홀 2m 지점으로 보냈으나 파세이브 퍼트를 놓친 뒤 50㎝ 보기 퍼트마저 홀을 외면하면서 더블보기를 범했다.

이어 13, 14번홀에서 연거푸 보기를 쏟아내며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그러나 마음을 추스른 오수현은 15번홀(파5) 버디에 이어 16번홀(파3) 그린에지에서 ‘칩인 버디’를 성공시켰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노획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996년 5월23일생인 오수현은 9세에 골프를 시작한 뒤 2005년 호주로 이민을 와 현재 호주 여자 아마추어 랭킹 1위이며 세계 여자 아마추어 랭킹 5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호주 주니어골프국가대표로 활약하며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8강에 진출했다. 2009년에는 역대 최연소인 만 12세에 호주 여자 오픈 출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오수현에 이어 호주 여자 아마추어 랭킹 2위인 이민지는 합계 2언더파 214타를 기록, 공동 16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민지는 지난달 열린 호주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호주 멜버른 커먼웰스GC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는 호주 교포 제니 리와 36홀 매치플레이를 벌여 6&5(5홀 남기고 6홀 차)로 이겼다. 이 대회는 현 아마 세계 랭킹 1위로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가 지난해 우승했던 대회다. 이민지는 세계 랭킹에서 리디아 고에 이어 2위를 달려 오수현보다 높다.

한때 ‘여자 타이거 우즈’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캐리 웹은 이날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로 2위 최운정(볼빅), 주타누가른 등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이 대회 8번째 우승컵을 차지했다. 웹은 지금까지 이 대회에서 총 8승에다 준우승 4회, ‘톱10’ 4회 입상을 했다. 8승은 미국 PGA투어에서 샘 스니드가 거둔 한 대회 최다승과 같은 기록이다. 우즈는 같은 골프장(토리파인스)에서 8승을 거뒀다.

선두에 2타 뒤진 합계 8언더파 공동 5위로 최종라운드에 돌입한 웹은 전반에 1타를 줄이며 선두권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엿봤다. 12번홀에서 4m 버디를 낚은 웹은 오수현이 더블보기로 흔들리자 14번홀(파3)에서 ‘칩인 버디’를 성공시키며 단독 선두로 부상했고 15, 17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소속사인 볼빅이 후원하는 대회에서 프로 첫 우승에 도전했던 최운정은 웹과의 동반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선전했으나 공동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유소연은 합계 6언더파 9위, 신지애는 합계 2오버파 공동 33위를 기록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