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수장'이 법정 구속됐다.

최태원 SK 회장은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법원은 "최 회장이 펀드 출자금에 대한 선급금 명목으로 계열사로부터 교부받은 497억 원을 횡령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항소 기간이 남아 있어 최종 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SK그룹 경영에 제동이 걸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판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약 1년여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

SK그룹 홍보 관계자는 이날 "안타까운 상황" 이라며 "판결문을 입수한 뒤 항소 등 법적절차를 밟아 무죄 입증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계열사들은 선고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며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게 될지 고민하고 있다. 올해부터 계열사간 자율경영체제를 도입해 오너 부재로 인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이미 '따로 또 같이 3.0 체제'로 재편했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영향을 받을 것 같진 않다" 며 "다만 그룹 전체 문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최 회장의 공백은 지난해 새롭게 도입한 경영시스템 '따로 또 같이 3.0'이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로 또 같이 3.0'은 계열사들이 온전히 자율책임 경영에 들어가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지는 것이 주요 골자. 그룹 단위의 경영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6개 위원회가 전담한다.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이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SUPEX) 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아 최 회장을 대신한다.

그러나 최 회장이 집중해온 '글로벌 경영'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올해 그룹 신년교례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중국을 방문하는 등 글로벌 경영 행보에 신경을 써 왔다.

그룹 차원에서 관리해온 '사회적 기업' 이미지도 타격을 받게 됐다.

이날 재판부는 "1970년대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선도해온 SK그룹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버려 참으로 심대한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판시했다. 또 "자신이 지배하는 계열사를 범행의 수단으로 삼아 기업을 사유화한 최태원 회장은 비난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SK는 앞으로 김 의장과 이사회 등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이날 무죄 선고를 받아 업무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계열사 대표로 구성된 부회장단을 이끌면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 등 기존의 신성장동력 개발 업무에 전념할 계획이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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