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미국)가 마침내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되찾고 본격적인 ‘우승 사냥’을 예고했다.

우즈는 29일(한국시간) 미국 PGA투어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총상금 610만달러)에서 시즌 첫승을 따내며 통산 75승을 거둬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샘 스니드(82승)와의 격차를 7승으로 좁혔다.

우즈는 이날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GC 남코스(파72·7569야드)에서 일몰로 순연된 대회 4라운드 잔여 11개홀 경기에서 버디 1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를 기록, 전날 7번홀까지 잡은 버디 3개와 합쳐 이븐파 72타를 쳤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2위 그룹을 4타차로 따돌렸다. 우승 상금은 109만8000달러. 4타차 이상으로 이긴 것은 이번이 23번째다. 그는 최소한 공동선두로 54차례 나서 50승4패를 기록, 우승 확률 92.5%를 과시했다.

우즈는 사상 처음으로 같은 코스에서 8승을 거두는 진기록을 세웠다. 2009년까지 뷰익인비테이셔널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대회에서 우즈는 1999, 2003년 정상에 올랐으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연패하는 등 총 6승을 거뒀고, 같은 코스에서 열린 2008년 US오픈 연장전에서 로코 미디에이트를 꺾고 14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한 바 있다. 단일 대회 최다 우승기록은 스니드가 미 노스캐롤라이나의 그린스보로오픈에서 세운 8승이다.

우즈는 이 대회에서 우승한 그해 최소한 4승 이상을 거뒀다. 초반에 일찌감치 우승컵을 챙겨 심리적 안정에다 자신감까지 갖추면서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것.

1997~2010년 총 623주간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했던 우즈는 2년 넘게 빼앗긴 황제의 자리를 조만간 되찾을 전망이다. 우즈는 평점 12.36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 3.14점차로 따라붙었다. 지난주 둘의 격차는 4.20점이었다.

마지막 날에도 우즈의 탁월한 샷메이킹 능력과 ‘매직샷’은 이어졌다. 우즈는 9번홀(파5·614야드)에서 드라이버를 지면에 내동댕이칠 정도로 심한 슬라이스샷을 했으나 나무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나무를 뚫고 볼을 페어웨이로 꺼내는 ‘리커버리샷’을 선보였다.

압권은 11번홀(파3·221야드)이었다. 티샷이 그린 왼쪽 벙커에 빠졌는데 스탠스를 취할 수 없는 고약한 라이에 놓여 탈출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왼발을 벙커에 묻고 오른발은 벙커턱 위에 디딘 엉거주춤한 자세로 벙커샷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우즈의 벙커샷은 경사를 타고 흐르더니 홀 바로 옆에 멈췄다.

12번홀(파4)에서도 그린을 놓쳤으나 파세이브에 성공했고 13번홀(파5)에서는 ‘2온2퍼트’ 버디를 성공시키며 한때 8타차 선두가 되기도 했다.

우즈는 타수 차가 벌어지자 긴장감이 떨어지고 강풍 때문에 앞팀의 플레이가 지연되면서 리듬감과 집중력이 급격히 흔들렸다. 샷을 하고 나면 5분 이상 기다리면서 11개홀을 도는 데 3시간45분이 걸렸다.

우즈는 14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져 첫 보기를 기록했다. 15번홀(파4)에서는 티샷이 왼쪽 해저드 구역으로 날아가 1벌타를 받았고 세 번째 샷마저 온그린에 실패해 더블보기로 홀아웃했다. 17번홀(파4)에서도 그린사이드 벙커에 빠져 보기를 범하면서 막판 4개홀에서 4타를 까먹었으나 우승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우즈는 “더딘 진행 때문에 인내심과 집중력을 잃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올 시즌 정말 기대가 된다. 스윙 코치인 션 폴리와 그동안 해온 작업들이 빛을 발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우승자 브랜트 스니데커와 조시 티터(이상 미국)가 합계 10언더파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최경주(SK텔레콤)는 13번홀에서 이글을 낚았으나 14, 15번홀에서 거푸 보기를 했고 17, 18번홀을 버디와 보기로 맞바꾸며 타수를 줄이지 못해 합계 7언더파 공동 9위에 만족해야 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