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하지 말라(Do not relax).”

26일(현지시간) 폐막한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마지막 세션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는 이같이 경고했다. 세계 경제 전망과 관련해 확산되고 있는 낙관론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지난 22일부터 ‘불굴의 역동성’이라는 주제로 닷새간 열린 이번 포럼에서 2600여명의 각국 정치·경제 지도자들은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전망을 공유했다. 하지만 포럼의 기능이 부유층들의 사교파티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했다.

◆세계 경제 전망, 낙관 속 신중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보스포럼의 최대 관심사였다. 대부분의 연사들은 낙관적이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이 최악의 국면을 지나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작년 여름보다 상황이 나아졌다”며 오랜만에 낙관론을 펼쳤다.

포럼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2007년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찍고, 스페인 국채 10년물에 사상 최대 수요가 몰리면서 낙관론은 더 힘을 얻었다. 이에 라가르드 총재 등이 신중론을 내놨다. 라가르드는 “경제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한 만큼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추세와 싸워야 한다”며 “경제 회복이 가시화될 때까지 개혁의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독일과 일본은 엔화 가치 하락과 관련해 가시 돋친 설전을 펼쳤다. 포럼 직전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가 “일본 정부가 환율 문제를 정치화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일본 경제재정상은 포럼에서 “낮은 유로화 가치로 수혜를 본 독일이 할 이야기가 아니다”고 맞받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일본의 환율 조작을 우려하고 있다고 하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직접 전화를 걸어 해명하기도 했다.

◆“온실가스만 배출한 포럼” 비판도

다보스포럼에 대한 비판도 여전했다. 미국의 경제방송 폭스비즈니스는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각국 지도자들이 몰고 온 100여대의 전세기를 언급하며 “포럼 때문에 1만2000t의 온실가스가 배출됐지만 무슨 소득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 방송은 “불굴의 역동성이라는 주제도 모호하다”며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다보니 갈수록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말이 주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도 “다보스포럼이 올해도 혼란하고 모호한 ‘말의 성찬’에 머물렀다”며 “전체 포럼과 각 세션의 주제부터 경영대학원(MBA) 용어로 만든 시구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