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인사청문회'…자질.도덕성 논란
국회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1일 시작되면서 그동안 제기된 도덕성ㆍ위법성 의혹을 둘러싼 격한 공방이 펼쳐졌다.

특히 이 후보자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협의 과정을 거쳐 지명됐다는 점에서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여야 간 치열한 국정주도권 쟁탈전의 소재로 부상한 상태다.

민주통합당은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 증여세 포탈 의혹 등 5부 요인에 해당하는 헌법재판소 수장이 되기에 부적절한 처신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부적격' 판정을 내린 상태다.

따라서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자체 제기한 `12대 의혹'을 중심으로 이 후보자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원내 과반 정당인 새누리당은 야당의 문제 제기를 `정치공세'로 간주하면서도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청문회 과정에서 이 후보자의 해명 등을 토대로 종합적 판단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위장전입ㆍ불법증여 등 위법 논란 = 이 후보자는 1992년 경기도 분당의 아파트를 분양받았으나 1995년 송파구 오금동에 살면서 자신의 거주지만 분당 아파트로 옮겼다는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한 위장전입 아니냐는 문제 제기까지 하고 있는 상태다.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특위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투기 목적이 아니었으며 자녀 교육문제 때문에 서울에서 전세로 2년 가까이 더 지내다 분당 자택으로 이사한 것"이라며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 4개월여 (분당으로의) 전입신고가 이뤄진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또한 야당 의원들은 4명의 자녀에 대한 불법 증여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이 후보자 3녀의 예금액이 2000년 1천800만원이었으나 2010년 7천742만원으로 급증한 점, 장남이 군 복무하느라 직접 계좌를 관리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음에도 수 천만원이 입출금된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 후보자는 "3명의 딸이 2006년부터 독립적인 경제생활을 했는데, 그 이전에는 증여세 면제 범위 내에서 증여를 했고 그 이후 본인 월급을 저축해 예금이 증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군 복무 중 장남 명의 통장의 입출금 내역의 경우에는 금융기관에 따른 유리한 금리 등을 감안해 장남 명의로 입출금을 한 데 따른 것으로 증여는 아니라는 게 이 후보자의 설명이다.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재직 중인 2007년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에게 정치후원금 10만원을 제공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법은 공직자로 하여금 특정 정당ㆍ정치인에 후원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대학 동창으로부터 세액 공제가 되는 후원금 지로용지가 와 보낸 것"이라며 "당시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지 못했다.

정치적 중립성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을 한데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야당은 2011년 헌법연구원들과 함께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의 헌법재판' 책을 내면서 자신의 이름만 넣어 저작권법 위반 의혹을, 1993년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 쓴 `재판상 화해의 효력' 논문이 1990년 한 논문과 유사하다는 표절 의혹을 각각 제기했다.

이밖에 딸의 유학비용 8만 달러 중 3만6천 달러의 송금내역이 없다는 점에서 외환거래법 위반 의혹이, 고위공직자로서 재산신고ㆍ등록을 하면서 부모의 조의금을 기재하지 않은 점 등이 각각 검증 항목에 올랐다.

◇`특정업무경비 사적전용'..재판관시절 부적절 처신 논란 = 이 후보자가 2006년부터 6년간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면서 이뤄진 `부적절 처신' 의혹이 이번 청문회에서 집중 다뤄졌다.

이 후보자가 이미 2006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바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2006년 이후 이 후보자의 행적을 주로 거론하며 `도덕성ㆍ자질 부적격'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잦은 국외 출장 및 외유성 출장 의혹, 특정업무경비 사적 전용에 따른 예금 증가 의혹 등이 그것이다.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한 6년간 9차례의 해외 출장을 다녀왔고 이 중 5차례 부인을 동반했다.

실제로 이 후보자가 2009년 9월과 2011년 8월 두차례에 걸쳐 근무일인 금요일과 주말을 붙여 부인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났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규정상 헌법재판관은 장관급이라 항공기 퍼스트클래스를 탈 수 있는데, 실제로는 비즈니스석을 타고 차액을 돌려받았다"며 "`항공권 깡'을 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반대로 이 후보자는 2009년 독일 국제법회의에 참석하면서 주최측이 제공한 이코노미석 항공권을 비즈니스석으로 바꾼 뒤 추가금액 400여만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 후보자는 "`항공권 깡'은 사실무근으로 사실이면 바로 사퇴하겠다"며 "헌법재판관은 100%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게 돼있고 돈을 그것밖에 안준다"고 적극 부인했다.

이 후보자는 국외 출장에의 부인 동반에 대해서도 "배우자의 항공비와 체재비는 모두 사비로 부담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헌법재판소가 거래하는 신한은행 안국동지점의 이 후보자 B계좌에 매달 20일을 전후해 출처가 불분명한 200만∼500만원이 입금됐고 6년간 합계액이 총 2억5천여만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특정업무경비로, 이 후보자의 예금증가액 중 해명되지 않은 2억7천여만원과 거의 일치한다"며 "이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를 치부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인지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모든 통장 100%를 제출했다"며 "역사상 청문회에서 자신의 통장 내역을 낸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하며, 규정된 용도대로 사용했다"고 맞받았다.

이 후보자가 업무추진비 400여만원을 휴일에 집 근처에서 사용한 점, 승용차 홀짝제를 피하기 위해 추가로 관용차를 요구했다는 점, 억대 연봉에도 자녀의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받은 점 등을 놓고도 공방이 예상된다.

이 후보자는 1995년 수원지방법원장 재직 시 법원 송년회 행사를 위해 삼성에 협찬을 요구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 검찰에 골프장 부킹 요구 의혹,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직 시 후배 법관들에게 성매매를 권유한 의혹 등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 `편향적 판결' 의혹 =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시절 내린 결정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이 후보자가 2011년 3월 `친일재산 환수가 헌법에 부합한다'는 결정에 일부 위헌 의견을 제시한 점, 같은 해 8월 일본군 성노예와 원폭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헌재 결정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점 등을 놓고 논란이 인 상태다.

이와 함께 2010년 `미네르바 사건'의 전기통신사업법 위헌 결정에 대한 합헌 의견도 화두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친일재산 환수 문제와 관련, "과거사 청산을 위해 친일재산을 박탈해 국가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한다"며 "다만 친일 행위 대가로 취득하지 않은 재산까지 박탈하는 것은 친일재산 환수라는 입법 목적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군 위안부 및 원폭 피해자는 일제에 의해 삶을 송두리째 박탈당했고 그 해결에 국가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다만 상황이 아무리 중대하고 절박해도 헌법과 법률, 헌법적 법리를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beom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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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