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은 과거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였다. 세계 경제의 침체기마다 신기술은 새로운 수요를 자극하고 투자와 고용을 창출해 다음 단계로의 경제성장 사이클을 만들어 냈다. 필자는 이번 글로벌 경기침체가 다소 버겁게 느껴지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IT 기술혁신 사이클이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고 보고 있다.

과거 20년은 IT 기술혁신의 시대였다고 규정해도 좋을 것이다. 인터넷, 모바일, 디지털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가 2000년을 전후한 20년간의 시대정신이요,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원동력이었다. 이 과정에서 PC, 노트북,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아이패드와 같은 새로운 디지털 디바이스들이 다수 창조됐다.

끝이 없어 보이던 IT 기술혁신이 가물가물 끝이 보이는 듯하다. 아이폰5가 가져온 보잘것없는 혁신에 사람들이 놀란 것이다. 4줄이었던 아이콘 화면을 5줄로 만들었다고 해서 버전명까지 바꿔도 좋은 걸까 하는 의문이 드는 순간, 애플 주가는 어느덧 3개월 사이 20%도 넘게 하락해 버렸다. 사람들은 PC의 MS윈도와 오피스 프로그램의 본질적인 기능들이 10년 전에 사용하던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2020년의 아이폰 버전10이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아이폰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는 점에 불안해 하는 것이다.

빌 게이츠가 1995년 컴덱스 키노트 연설에서 ‘모든 정보가 당신의 손 끝에(Information at your fingertips)’를 외친 지 20년. 그의 비전은 MS, 구글, 애플, 삼성이 모두 실현해 버렸다. 이제 인류는 새로운 기술혁신의 비전을 고대하고 있다. 그것이 지금 인류가 당면한 경제위기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등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대의 기술혁신은 정부의 도움 없이 자생적으로 성장하기는 매우 힘들다. 특히 자원과 시장이 제한적인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유사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기는 불가능하다. 새 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에 주어진 시간은 5년이다. 일단 토양을 조성하면 5년 이후에는 자생적으로 혁신이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향후 10년간 혁신의 임팩트가 가장 클 아이템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필자는 자동차야말로 향후 10년간 또 한번의 디지털 혁신을 가져올 디바이스라고 보고 있다. 아날로그 전화기가 아이폰으로 진화했듯이 자동차도 ‘아이카(iCar)’라고 부를 수 있는 제품들이 나올 것이다. 이미 구글이 2년 전에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작년에는 독일의 컨티넨털이, 올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는 도요타가 스마트카를 선보였다. 스마트카는 처음에는 편리성과 안전성에서 시작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교통·물류체계와 도시 디자인을 바꾸는 혁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정관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팀장 chungkwan.shin@kbs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