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북정책' 입 닫은 인수위
국책연구원인 통일연구원도 오는 23일로 잡았던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학술회의를 취소했다. 이 토론회는 장소 예약, 참석자 섭외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준비가 부실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무기 연기했다. 이 토론회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캠프 멤버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정부 안팎에선 대북정책에 관한 한 인수위가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이 한 달 남짓 남은 현재까지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공론의 장(場)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인수위의 함구령이 워낙 엄중하다 보니 국책연구원들마저 기왕에 준비했던 토론회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대북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최고지도자의 철학과 의지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남북관계에 대한 철학, 인수위의 인식은 알 방법이 전혀 없다. 특히 ‘합리적 보수’로 분류됐던 최 전 위원이 사퇴하면서 당선인의 대북정책이 공약보다 더 강경하게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터다. 한 정부관계자는 “동료들끼리 새 정부의 대북정책 관련 이야기가 나와도 ‘모르는 게 약’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 내에서조차 토론은커녕 ‘알아서 기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인수위는 현 정부와 새 정부 간 가교 역할을 하는 기구다. 그런 만큼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 새롭게 내놓을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 공론의 장에서 이뤄지는 토론을 통해 북한에 직·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한 전문가는 “이렇게 토론에 나서지 않는 인수위는 처음”이라며 “대북정책에 자신이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대선 기간 중 박 당선인의 대표적 캐치프레이즈는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었다. 이젠 대북정책에서도 ‘준비된 메뉴’를 내놓고, 자신 있게 공론의 장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조수영 정치부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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