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가 21일 열기로 했던 전문가 그룹 간담회가 취소됐다. 이 간담회는 진보 성향 전문가 6~7명을 초청해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인수위원직에서 사퇴한 직후인 지난 14일 일방적으로 취소됐다. 인수위 측은 전문가들에게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미안하게 됐다”며 구체적인 취소 배경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책연구원인 통일연구원도 오는 23일로 잡았던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학술회의를 취소했다. 이 토론회는 장소 예약, 참석자 섭외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준비가 부실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무기 연기했다. 이 토론회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캠프 멤버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정부 안팎에선 대북정책에 관한 한 인수위가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이 한 달 남짓 남은 현재까지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공론의 장(場)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인수위의 함구령이 워낙 엄중하다 보니 국책연구원들마저 기왕에 준비했던 토론회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대북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최고지도자의 철학과 의지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남북관계에 대한 철학, 인수위의 인식은 알 방법이 전혀 없다. 특히 ‘합리적 보수’로 분류됐던 최 전 위원이 사퇴하면서 당선인의 대북정책이 공약보다 더 강경하게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터다. 한 정부관계자는 “동료들끼리 새 정부의 대북정책 관련 이야기가 나와도 ‘모르는 게 약’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 내에서조차 토론은커녕 ‘알아서 기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인수위는 현 정부와 새 정부 간 가교 역할을 하는 기구다. 그런 만큼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 새롭게 내놓을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 공론의 장에서 이뤄지는 토론을 통해 북한에 직·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한 전문가는 “이렇게 토론에 나서지 않는 인수위는 처음”이라며 “대북정책에 자신이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대선 기간 중 박 당선인의 대표적 캐치프레이즈는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었다. 이젠 대북정책에서도 ‘준비된 메뉴’를 내놓고, 자신 있게 공론의 장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조수영 정치부 기자 delinews@hankyung.com